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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패러다임을 바꾸다)②테슬라, 내부분열·재정파탄…그리고 부활
연이은 악재에 일론 “유리 샌드위치를 먹는 기분” 회상
다임러·토요타 등 테슬라의 구원투수로 나서
2016-04-11 06:00:00 2016-04-11 06:00:00

자동차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모터스의 ‘모델3’가 지난 일주일 동안 받은 사전주문이 32만5000대를 넘어섰다. 테슬라가 7일(현지 시간)까지 예약받은 32만5000대의 차를 다 팔 경우 140억달러(한화 16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전세계는 테슬라가 전기차산업에 아이폰 같은 혁신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테슬라의 이 같은 성공을 예상치 못했다.

 

혁신으로 대변되면서 전세계를 열광케 했던 테슬라는 과거 내부분열재정파탄등 수많은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테슬라라는 이름은 한줌 먼지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수 있었다.

 

 

지난 3월31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테슬라 모터스 매장 앞에는 '모델3'을 사전계약하기 위해 구매자들이 아침부터 긴 줄을 서있다. 사진/AP
 

 

유리 샌드위치를 먹는 기분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는 옛 속담처럼 테슬라는 2007년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설립 멤버들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부분열이 시작됐다. 테슬라의 로드스터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자, 주안점도 기술적인 문제들에서 물류지원과 재무문제로 옮겨갔다.

 

하지만, 설립 멤버 5명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경영전반에 대한 전문능력을 갖춘 사람이 없었다.

 

일론 머스크와 마틴 에버하드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두 사람 간에 변속기 문제, 탄소 섬유 차체 패널 문제 등 서로 생각하는 관점이 달랐다.

 

결국 마틴 에버하드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2009년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계약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자금 마련이 절박했던 테슬라에 이 같은 내부분열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치명적인 일이었다.

 

더욱이 테슬라는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아직 판매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신생기업이 겪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들어서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시기였다.

 

 

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 아직 판매 수익이 들어오지 않아 심각한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 시기를 겪는 테슬라. 자료/포브스

 

 

지난 2008년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고, 테슬라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거대 투자 은행 2곳이 파산하면서 신생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대출이 끊겼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 역시 파산하고 만다.

 

테슬라는 생산일자를 맞추지 못했고, 은행 잔고는 바닥이 났고, 여기에 마틴 에버하드와의 소송 문제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금전적,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린 일론 머스크는 당시 첫째 부인인 저스틴과 한창 불화 중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2011년 합의 이혼을 했다.

 

여론도 급격히 악화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칼럼니스트 댄 닐은 일론은 결국 깡통을 차게 될 것”, 자동차에 대한 진실의 로버트 파라고는 테슬라 임종 지켜보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스페이스X 역시 쏘아 올린 로켓 중 하나가 지구 궤도에 안착하는 데 실패하면서 주식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일론 머스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페이팔을 매각해 남겨둔 돈을 전부 테슬라에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테슬라를 포기할 것인가.

 

결국 그는 테슬라에 총 7500만 달러를 쏟아 부으면서 급한 불을 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4월3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다임러·토요타 등 테슬라의 구원투수로 나서

 

위기에 빠진 테슬라에게 독일 다임러 AG’와 일본 토요타는 사업적 동반자이자 조력자로 나선다.

 

다임러와 토요타의 투자는 테슬라에게 경제적 측면 이외에 큰 의미가 있다.

 

기존 거대 자동차업체들이 신생 기업인 테슬라의 높인 기술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전기차 상용화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1월 테슬라 본사를 찾은 헤르베르트 쾰러(Herbert Kohler) 다임러의 부사장은 테슬라의 전기차를 15분 동안 주행한 뒤 7000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일화가 있다.

 

다임러는 2009 5월에도 테슬라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고, 10%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테슬라가 다임러에 인터넷 시대의 반항아 같은 매력을 선사했다면, 다임러는 테슬라에 오랜 역사에서 우러나오는 품위와 명성을 선사한 셈이다.

 

2010 5월 토요타 역시 테슬라로부터 차기 모델 라브4 EV에 배터리 팩을 제공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테슬라 지분 10%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테슬라는 토요타의 엔지니어링, 제조, 생산 노하우를 배우고, 토요타는 테슬라의 과감한 기업 정신과 빠른 의사결정, 그리고 유연성을 배우는 상호 협력자적 관계로 발전했다.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모터스 NIMMI공장이다. 사진/테슬라 모터스 홈페이지

 

 

또 토요타는 실리콘 밸리 한복판에 있는 NUMMI 공장(☞Tesla Factory Highlights 영상)을 테슬라에 헐값에 넘겨줬다. 800만대의 승용차와 트럭을 생산할 수 있던 이 공장의 가치는 10억달러(11500억원)로 알려졌지만, 4200만달러(485억원)에 테슬라에 넘겨줬다.

 

테슬라는 다임러와 토요타의 투자에도 모델S를 개발하는 데는 충분치 않았지만, 2009 6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무려 46500만달러의 대출 승인을 받으면서 잭팟을 터뜨렸다.

 

결국 유동성 위기를 겪던 테슬라는 그해 7 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하게 됐다.

 

이와 함께 2010 6월 나스닥에 상장한 테슬라는 17달러로 시작된 공모가가 24달러로 마감돼 하루만에 41%가 치솟았는데, 이는 총 주가 기준 22600만달러가 뛴 것으로 그해 기업공개 실적 가운데, 2위에 해당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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