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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포스코, 세상에 없던 '파이넥스'로 기술로 세계시장 공략
"전세계적으로 20여건 기술수출 협상중"
2016-04-04 16:25:06 2016-04-04 16:25:43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창립 48주년을 맞은 포스코(005490)가 파이넥스 기술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부터 차세대 제철기술 판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추가하면서 선진 제철소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철강의 도시' 포항시는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유명 철강업체들의 공장과 간판이 즐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가 설립되기 전 포항시는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지만 설립 이후 인구 60만에 육박하는 경상북도 대표도시로 성장하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의 쇳물 생산방법인 용광로 방식을 대체한 기술로 2007년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 자리한 파이넥스 3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KTX역에서 20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포항제철소는 여의도의 약 3배 면적으로 열연과 후판, 냉연 등 대부분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꺼지지 않는 용광로 덕분에 1년내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문에 부착된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이라는 한자어는 포스코 설립정신을 함축하는 듯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국내 최초의 일관 종합제철소로 지난 1968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가 창립된 이래 1973년 1기 설비 준공 이후 총 4단계의 확장공사를 거쳐 1992년 종합준공됐다. 포스코는 연간 3800만톤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다.
 
원료부두로부터 최종생산 공장까지 점차적으로 설비가 확장된 포항제철소는 'U'자형 모습으로 각 공정 공장들이 줄지어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건설의 노하우가 집약된 광양제철소는 정돈되고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공장부지 어디에서든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만시설과 공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바다와 인접해있기 때문이다. 곳곳에는 원료가 되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이 쌓인 '원료산'이 자리해 있었다. 포스코는 대부분의 철광석과 유연탄은 호주와 브라질 등지에서, 석회석은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 
 
포스코 공장 부지 내의 바닥은 공업용수가 계속 공급돼 젖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비산먼지를 방지 하기 위한 것인데, 도로 측면의 자동살수시스템을 갖추는가 하면 도로 자체에 3도 경사가 생기도록 설계했다. 공정에서 쓰고 남은 용수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항제철소 안에는 쇳물을 실어나르는 작은 기차인 '토피도카'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뢰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포스코는 해외 선진 제철소들의 기술을 도입해 완성됐지만  '패스크 팔로우(Fast Follow)' 전략으로 세계에 없던 기술을 만들어내기 이르렀다. 'FINEX공법'은 300년간 이어져 내려온 용광로 방식을 대체했다. 경제적인데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였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일반 용광로는 고급의 철광석과 석탄을 시루떡 모양으로 번갈아 투입해 열바람을 불어넣는 예비 과정(소결·코크스)을 거쳐야 한다. 덩어리 상태에서는 열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넥스는 값싼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값싼 원료를 사용하고, 선처리 과정을 생략해 경제성을 도모할 수 있는 기술이다.
 
200만톤 규모의 3공장 운전실에서는 쇳물 생산량과 생산속도, 원료비율과 압력 등을 나타낸 수치들이 기재된 숫자판이 벽면을 메우고 있었다. 직원들 40여개의 CCTV화면을 통해 각 공정 라인을 조정 및 제어하고 있었다. 파이넥스 3공장 내부 용융로에서는 30분 주기로 쇳물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윤영식 포스코 파이넥스 기술팀장은 "파이넥스 설비는 기존 용광로 대비 투자비가 20% 가량 낮고 제조원가를 동급의 용광로에 비해 85%로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라며 "먼지와 황산화물, 질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 1992년에 파이넥스 공법을 개발한 이래 5541억원을 투자했다. 1999년 파일럿 플랜트 가동에 들어갔고, 2003년 60만톤 규모의 데모플랜트 가동을 시작했다. 3세대 설비를 완료하면서 연산 200만톤 규모의 상용화설비를 갖추게 됐다.
 
포스코는 현재 중국과 인도 동남아 등 전세계적으로 20여건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이란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윤 팀장은 "파이넥스기술 수출이 본격화되면 클러스터 동반수출을 통해 제철기술 종합 플랜트 산업 수출의 모범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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