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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명분 없는 야권연대는 유권자 기만 행위
2016-04-05 06:00:00 2016-04-05 06:00:00
공천 파동이 가까스로 가라앉나 싶더니 이번에는 야권연대로 또 옥신각신이다. 매 선거철마다 무한 반복되는 야권연대 소동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자 크나큰 소모전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야권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재야 원로들의 목소리. 연대 거부를 고수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안 대표 단일화 거부 응원전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연대를 둘러싸고 여·야 대표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 역시 각 당은 정책·공약 대결 대신 연대 논란으로 시간을보내고 있는 모양새다. 언제쯤 한국 정치가 이런 후진성을 탈피하고 폼 나는 정치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지,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그렇다면 연대란 도대체 무엇인가? 더민주가 국민의당에 제안한 연대는 과연 정당한가? 연대의 정치학적 의미는 공통의 생각을 가진 여러 정당이 선거나 국회에서 공동의 행동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연합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안 대표는 불과 2개월 전 더민주와는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다고 탈당했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몇몇 의원들과 신당 창당에 돌입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공동의 행동을 결코 할 수 없고, 오히려 적수로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관계에 있는 두 야당이 새누리당의 과반수 저지를 위해 연대한다면 이는 적과의 동침이자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명분 없는 야권연대의 싸움을 멈추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그 대안의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프랑스는 1889년부터 대통령, 국회의원, 시의원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하원의원 선거는 1·2차에 걸쳐 치러진다. 1차전에서 유권자는 가장 선호하는 후보 하나를 고르는데, 이 때 25% 이상의 유권자들이 참여해 절대적 다수표인 50% 이상을 얻은 후보가 있다면 바로 그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된다. 허나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다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후보가 1주일 후에 열리는 2차전에 올라가 접전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결선투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인 대표성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결선투표제 하에서는 야권연대 따위는 필요 없다. 프랑스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통상 10개 이상의 정당들이 후보를 내고, 그 중 5~6명의 야당 후보들이 난립을 한다. 그러나 야당 후보들 간에 연대로 옥신각신 삐그덕거리지 않고, 무엇보다 정책 대결로 치열한 1차전을 벌인다. 그 후 2차전에서는 대부분 좌파와 우파에서 1명씩 후보가 올라와 최종 투표가 이뤄진다.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이 야권연대로 옥신각신 선거전의 스타일을 형편없이 구기는 것과 달리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는 폼나는 정책 대결로 선거전을 끌어가는 셈이다.

 

한국도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야권연대 소동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타이밍이다. 물론 케네스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에 의하면 이 지구상에 완벽한 선거제도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단순다수제와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를 비교해 본다면 후자가 전자보다 선거의 불협화음을 줄이고 대표성을 확보하는데 우세하다.

 

물론 결선투표제는 두 번의 투표를 요하기에 비용 차원에서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나 1인당 국민소득 2만7000달러인 한국이 물리적 비용이 무서워 유권자의 정신적 피로를 가중시킨다면 이 보다 더 큰 슬픔이 어디 있으랴. 정치권은 쓸데없는 소모전을 불식하고, 유권자가 유쾌하게 관전할 수 있는 폼나는 선거전을 펼치려면 한시라도 빨리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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