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국가미래연구원]국가재정 파탄 위기 가시화…특단 대책 필요
보육·교육·의료·안전 분야 정부지출 확대 불가피…저성장과 인구노령화, 통일 등이 변수
재정 규모의 사회적 합의, 세입 강화 방안, 재정 건전성 조화 등 절실
2016-03-28 10:43:36 2016-03-28 10:44:04
한국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작은 정부 규모를 유지해 왔으나 저성장의 고착화와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 증가, 통일대비 등의 요인으로 재정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가재정운용은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든 속성을 지니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최근 유럽국가들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재정파탄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시급한 것은 장기적인 재정규모에 대한 목표 설정 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른 세입강화 방안, 경기대응을 위한 재정정책의 역할과 재정건전성의 조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재정운용 건전화를 위한 대책을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을 통해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은 지금까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정부규모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보육·교육·의료·안전 등의 분야에 있어 정부의 역할보다 개인에 많이 의존해왔다. 우선 유아에 대한 보육·교육부문을 보더라도 최근 누리과정의 도입 등 획기적인 재정지원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제 비용의 상당부분을 가계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교육비 지출 중 정부재원 비율은 상당히 낮은데 고등교육의 경우 27.0%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9.2%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초·중등 교육비 지출 역시 정부재원 비율은 80.7%로 OECD 평균 91.4%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는 향후 교육재정에서 정부 역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의료비는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7.4%에 이르나 정부재정이 관여하는 공공의료비 비중은 55.4% 수준에 머물러 OECD 평균 72.3%에 비해 현저히 낮다. 전반적인 의료지출의 격차(OECD 평균 9.3%)를 감안하면 전체 의료서비스 소비량은 적지만 개별 가구의 금전적 부담은 상대적으로 큰 상황임을 의미한다. 특히 의료비 지출 수준은 고령자가 상대적으로 높아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 지출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나 재원조달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분야에 대한 투자는 정부와 민간부분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늘어나는 다양한 위험에 대응해 적절한 안전관련 대책을 세우고 직접 투자도 시행하면서 규제정책 등을 통한 민간부문의 역할도 요구해야 한다.
 
규제정책을 통해 요구하는 민간부문 투자가 단시간 내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장의 안전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경우 정부가 직접투자를 통해 민간부문에 부여한 역할을 대신하거나 규제가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강제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모두가 정부재정의 몫이라 할 수 있다.
 
향후 정부의 재정운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경제성숙에 따른 경제성장률 저하, 인구구조 고령화로 인한 연금이나 의료비용 증가 등 복지수요의 증가, 그리고 통일 등이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재정수입 증가속도를 낮추고 지출수요는 높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낮은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큰 영향을 미쳐 복지수요를 증가시키며, 동시에 낮아진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재정정책 역할에 대한 요구도 높이게 된다.
 
인구구조 고령화는 연금과 의료비용 증가 등을 통해 전반적인 재정지출 수요를 늘릴 요인으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출증가 요인이다. 특히 고령화로 지출수준이 크게 늘어날 연금부문의 경우 전체 재정규모의 증가와 함께 제도 자체의 수지불균형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기여와 수급 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2013년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금소진 시기는 2060년으로 추정되며 이 시기 부과식으로 전환할 경우 기여금 요율은 소득의 32.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현가능하지 않은 높은 부과요율로 그 만큼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미래세대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기여금과 적립기금 운용 수입으로 연금지출을 조달하기 어렵게 되면 기존의 적립기금을 활용해야 하는데, 적립기금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은 매우 불확실한 사건으로서 사전적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사후적으로는 재정지출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다.
 
재정수입 측면에서는 저성장과 고령화로 세수입 증가율 하락 및 세수입 구조변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세수입 증가율 하락은 경제성장률 하락의 직접적 결과이며 동시에 경제성숙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그 추세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
 
물가상승률 하락에 따른 세입 증가율 하락은 명목변수에 변동되는 조세체계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즉 명목소득이나 명목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세입은 실질경제성장률이 낮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높으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경제활동이나 소비수준이 낮은 계층을 증가시켜 경제구조 내 소비수준이나 소비 관련 세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경제의 활력 저하는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해외시장 활동의 개선이 없다면 법인세 수입의 역할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경제활동인구의 비중 감소로 인해 전체 구성원중 노동소득의 상대적 집중도는 현재보다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고령화로 인한 근로자들 간의 생산성 격차도 커지게 될 가능성이 있어 노동소득의 격차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누진적 소득과세 체계의 영향으로 소득세수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소득의 경우 전반적인 노동소득 수준과 분배 방식의 변화에 따라 소득세수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외 다른 세목들의 세수입도 고령화와 낮아진 성장률 등으로 전반적으로 세입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 낮은 경제성장률, 낮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인해 세수 기능의 약화 위험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에 발표한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정부의 총 지출수준은 2014년 GDP 대비 25.4%에서 2060년 32.6%로 7.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수준 증가는 각종 연금과 사회보험 등 이미 설계된 제도에 따라 지출이 결정된 의무지출이 주도하는데 증가폭은 동 기간 GDP 대비 4.2%포인트(기초연금 제외)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도별로는 국민연금 3.48%포인트, 건강보험 0.51%포인트 증가했으며 기초연금 역시 1.64%포인트 증가하는데, 주로 고령자 관련 지출이다. 이러한 고령자 관련 지출 증가로 인해 국가부채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가 2015년 12월 발표한 보도자료 ‘2060년 국기채무비율 40% 이내로 관리’에는 총 지출수준은 예산정책처와 유사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오히려 공적연금의 지출규모는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국가부채규모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추계됐는데 이는 상당부분 총 수입추계의 차이에 기인한다.
 
예산정책처는 총 수입규모를 2014년 GDP의 26.2%에서 23.7%(2030년), 21.3%(2060년)으로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했으나 기획재정부는 2015년 26.2%에서 27.8%(2030년), 25.7%(2060년)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총 수입규모 전망 과정에 있어 매년 GDP 대비 4%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
 
장기 재정전망 결과를 감안하면 미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금부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시급한 과제로는 장기적인 재정규모에 대한 목표 설정이나 사회적 합의, 이에 따른 세입강화 방안, 그리고 경기대응을 위한 재정정책의 역할과 재정건전성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장기 재정규모에 대한 적절한 목표의식 내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최근 늘어난 각종 복지제도는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매우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의 높은 빈곤률에 근거해 복지확충의 압력이 높다.
 
이러한 복지지출 증가 압력의 한 원인은 현 시점에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작은 정부규모에 있다. 실제 우리나라 일반 정부의 지출규모는 2012년 GDP 대비 32.7%로, 주요 선진국들의 40% 이상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두 번째는 적절한 재정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세입 기능강화 방안의 마련이다. 전반적으로 국민부담률이 낮은 가운데 세목별 세입수준을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개인소득세와 소비세의 세입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개인소득세의 경우 다른 세목과 달리 세입확보와 소득재분배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세목으로 일정규모의 세입수준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 사회보장기여금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주는데 상당수 사회보장기여금이 근로자와 고용주에 의해 부담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반적으로 개인단계 소득의 세입 비중이 낮은 편이다. 세입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외국에 비해 약한 개인소득 부문에 대한 과세정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경기대응을 위한 재정정책의 역할과 재정건전성의 관계 정립이다. 재정건전성의 유지와 낮은 정부부채 규모는 경제위기 방지나 경제위기시 빠른 회복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에도 낮은 정부부채 규모를 바탕으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어 성공적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상적 경기순환기에 나타나는 경기조절 기능은 중기적으로 균형수준에서 관리돼야 한다. 즉 경기불황기에는 자동안정화장치와 함께 재량지출을 확대해 빠른 경기회복을 추진하고 경기호황기에는 불황기의 재정적자를 보완하는 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해야 한다.
 
결국 경기대응 수단으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부문이 가질 수 있는 과도한 시장개입 유인을 통제하면서 재량지출을 통한 개입시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재량지출 증대가 이뤄졌다면 국가채무 관리 측면에서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어야 한다.
 
국가미래연구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차 재정정책자문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