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종인 파동과 노무현 정신
2016-03-23 18:14:57 2016-03-23 18:16:53

 

숨 가쁘게 촉발되어 전개되었던 김종인 표 비례대표 공천파동이 수습되고 있다. 사태가 발생하고 수습되기까지 여러 행위자들이 있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비례2번 셀프공천부적절 인사의 전략공천으로 당내 논란과 중앙위의 반발에 부딪치자 당무를 거부했다.

 

비대위원들이 공천명단에 부적절인사의 배재와 함께 비례 2번의 김종인을 비례대표 14번으로 조정한 절충안을 내놨지만 김 대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대표직 사퇴설로 맞서며 칩거에 들어갔다. 마침내 문재인 대표는 칩거에 들어간 김종인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급히 상경했다. 우윤균, 박영선 비대위원들은 자신들이 대표를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벌어진 책임이 크다며 김종인 대표의 당 복귀를 위해 비대위원의 전원사퇴를 청했다.

 

이런 공천파동을 지켜보던 노무현 정부시절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장관은 22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아무리 금뱃지가 좋다한들 당을 그렇게 통째로 내주고 싶냐더불어민주당, 망할려면 곱게 망하라는 오래된 교훈이 있다. 미칠려면 곱게 미치든가라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마음으론 이미 탈당했다. 영혼을 팔아먹은 인간들이라고 힐난했다.

 

마침내 2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마침내 당에 잔류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수권정당이라면 국민의 정체성이 당이 가깝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민주는 아직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이번에 느꼈다면서 취임 당시 국민께 약속드린 바대로 이 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상화 시키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자신이 비례대표 2번을 받은 것에 대해 거듭 사심이 없음을 강조하면서, 선거 이후 차기 당대표 선출과 대선정국으로 원활한 전환을 위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언론도 수습과정에 참여했다. 대다수 언론들은 김종인 표 공천파동이 발생한 원인을 비민주적인 공천방식에 대한 비판보다는 당 정체성을 바꾸려는 김종인 대표의 노선에 반발하는 친노운동권의 모습으로 그렸다. 또한 공천파동이 수습되고 김종인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과정을 친노운동권정당의 정체성에 타협하지 않고 개혁의 칼을 든 바람직한 시도로 보았다. 이런 프레임과 김종인 대표의 역할은 총선이후 대선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정체성의 바람직한 정립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영입했던 이유가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도층 확대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비례대표 공천파동의 비민주성과 부적절성에서 드러난 것처럼, “경제민주화과도한 승리지상주의때문에 정당민주화와 원칙있는 승리라는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말 친노운동권 대 탈친노운동권 프레임은 옳은 것일까? 그리고 중도정체성의 확대를 위해서는 김종인 대표가 시도하고 있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광경과 프레임을 어떻게 보았을까?

 

중도정체성 확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이 시각은 그의 자서전인 <운명이다>를 통해 충분히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야당도 때로 야당의 인물만 가지고는 전국에 후보를 낼 수 없다. 야당 출신을 우대하면서도 중립지대에 있었거나 과거 여당에서 종사했던 사람도 찾는 것이다. 정당을 순종(토종)만 가지고 할 수는 없다. 중간지대를 많이 포섭해 나가야 하다. 주도세력의 성격과 철학이 뚜렷하면 된다”(p. 147)고 밝히고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정당은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나는 정당운영을 민주화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1997년 국민회의에 입당해 김대중 총재를 모시고 정치를 하는 동안은 이 소망을 접어 두었다. 정권교체와 한반도 평화, 서민을 위한 정책을 원했기에 김대중 총재를 지지했을 뿐 정당민주화와 관련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p. 283)고 밝히고 있다.

 

친노패권주의 청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김종인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를 적절하게 견제하지 못하는 문재인 대표와 관계자를 보면, 과연 친노인사들이 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문재인 대표 역시도 당대표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다. 중도개혁정당이다. 우리나라에서 중도개혁은 충분히 진보적이다라고 더불어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당 정체성의 방향으로 중도개혁정당으로 밝힌 바 있다. 도대체 어쩌다가 제1야당이 국보위 출신의 비례대표 5번한 하게 될 노객의 군주에게 당의 정체성 정립을 맡기게 되어 혼란을 자초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채진원 경희대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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