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최근 진행된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 감축 논의는 되레 국제유가의 불규칙적인 등락만 유발하며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 특히 중국의 성장 둔화 악재까지 겹치며 시장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일찌감치 사업경쟁력 확보와 미래사업 발굴을 위해 인수합병(M&A)과 합작회사 설립, 신규 연구개발(R&D)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21일부터 3회에 걸쳐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한다.(편집자)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14년 말부터 공급과잉으로 시작된 저유가 기조는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 위축으로 석유 수요마저 부진하다. 이에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들이 펼쳐지며 전세계 시장 재편은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공룡의 탄생…합종연횡 이미 시작
지난해 12월 미국 화학기업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합병을 발표하며 전세계 석유화학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합병을 통해 탄생할 다우듀폰은 시가총액 1200억~1300억달러(한화 130조~150조원), 매출 900억달러(100조원) 규모의 공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우듀폰의 탄생을 두고 '세기의 재편'이라고 칭하고, 전세계 석유화학 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2위 정유회사인 로얄더치셸은 지난해 4월 영국 3위 원유·천연가스 생산업체인 BG그룹을 470억파운드(76조원)에 인수했다. 중국 최대 화학사인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CNCC)는 올해 2월 농약·종자 분야 세계 2위 업체인 스위스 신젠타를 430억달러(52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에도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인수합병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중국 석유 대기업 시노펙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켐과 중국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고, 블룸버그통신 역시 엑손모빌, 쉐브론, 브리티시 페르롤리엄(BP), 로얄더치셸, 코노코필립스, 토탈 SA 등 글로벌 정유업체 6곳이 향후 진행될 인수합병에 대비해 5000억달러(370조원) 규모의 자금을 비축하고 있다고 알렸다.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메이저 기업들은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해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토탈, 엑손모빌, 셸 등이 올해 저유가에 대응해 수익성 있는 하류(다운스트림) 부문 투자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끝없는 저유가·무뎌진 중국…한숨쉬는 시장
이 같은 재편을 이끈 두 축은 저유가와 중국의 성장 둔화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전세계 산업의 탈석유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국제유가는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량 감소와 원유 수요 증가에도 초과공급이 지속되면서 향후 1~2년까지 배럴당 30~50달러선이 예상된다"며 현재의 저유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저유가 기조가 세계경제의 위축과 맞물리면서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원유 수입국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과 신흥국들의 경제 부진으로 유가가 하락하고 산유국이나 관련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다시 세계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리스크 또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를 기록한 이후 2011년 9.3%, 2012년 7.7%, 2013년 7.6%, 2014년 7.4%, 지난해 7%로 하향세가 확연해졌다. 2020년까지 5%대 하락이 예상된다. 이 같은 중국의 저성장은 섬유, 자동차, 건설, IT 등 석유화학의 주요 전방산업의 악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석유화학제품 수요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전망이다.
중국 내 자급률 제고 정책 역시 글로벌 업체들을 위협한다. 중국의 3대 유도품(합성수지·합성원료·합성고무) 자급률은 2010년 64.9%에서 2014년 79.1%로 급증하며 중국 내 석유화학제품 수입량 급감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글로벌 업체들의 수출량이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외에도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탈석유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석유 수요 확대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탈석유화, 산유국간 공급경쟁, 경기순환적 석유수요 부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할 경우 저유가 현상은 최소 201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석유 자원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발전과 전기차의 조합을 중심으로 한 산업경쟁력 확보와 선행적인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에드워드 브린 듀폰 CEO(왼쪽)와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칼 회장이 지난해 11월 합병을 발표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다우홈페이지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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