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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북한 핵무력 과시, 내부 향한 메시지"
'안심하고 경제에 매진하라' 의미…핵-경제 병진노선 지향점 보여줘
김동엽 경남대 극동연 교수 "북한 의도 오판 말아야"
2016-03-20 14:00:56 2016-03-20 14:01:29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과 관련된 군사기술을 연일 과시하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에 맞춰 대응훈련 정도를 공개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를 주장하는가 하면 장거리로켓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다고 주장하는 등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같은 행동은 북한 내부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해군 중령 출신으로 국방부에서 북핵과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김 교수는 북한 군사 문제 전문가이다.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잇달아 발사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북한은 3월3일 동해로 300㎜ 방사포 6발을 발사했다. 10일에는 스커드 계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18일에는 평남 숙천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중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노동미사일 발사는 2014년 3월26일 이후 2년만인데, 1발은 약 800km를 비행해 동해 쪽에 떨어졌다. 다른 1발은 17km 상공에서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미사일을 실전 배치한지는 20년이 넘었고, 그간 여러 번 발사했기 때문에 기술 미숙 때문에 폭발했다기보다는 미사일이 불량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미사일이 800km를 비행했다면 지금까지의 발사 중에서 가장 멀리 날아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5일 탄도로켓 탄두부 재진입 모의시험을 현지 지휘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북한 인민군에서 미사일부대를 총괄하는 전략군의 김태철 군관은 13일 북한의 선전용매체 <조선의 오늘> 기고문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제침략군기지들과 미국본토를 과녁으로 삼은 강력한 핵타격수단들이 항시적인 발사대기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고성 발언들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북한은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를 핵탄두 미사일 발사시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최근 방사포·미사일 발사와 각종 발언들을 통해 미사일 운영 전술을 확실하게 노출했다. 군사분계선 남쪽 150~200km 내 수도권과 평택 오산까지는 방사포로, 500km 내 부산·포항·목포·여수 등 남쪽 항구와 원자력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들은 개량형 스커드미사일(사거리 300~500km)로, 일본과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노동미사일(사거리 1200~1300km)로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괌을 목표로 하는 사거리 3000~4000km의 무수단미사일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사거리를 감안할 때 실제로 발사시험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단거리 미사일에도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경고로 봐야 하나
 
김 제1위원장의 발언은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다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핵과 연결함으로써 위협과 핵무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본다. 과거 북한은 핵을 미국 본토 공격과 연결시켜왔던 측면이 강했고, 한반도 지역에서의 사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미 연합훈련 전후로 북한은 기존의 군사 대응을 “선제적이고 보다 공격적인 핵타격전”(7일 북한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또 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김 제1위원장의 탄도로켓 발사 참관 사실을 보도하며 “해외침략무력이 투입되는 적지역의 항구들을 타격하는 것으로 가상해 목표 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핵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를 폭발시키는 사격방법으로 진행됐다"며 “남조선작전지대안의 주요타격대상들”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한반도와 주변지역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핵 억제력을 전략적 차원뿐만 아니라 작전전술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핵탄두 폭발시험”도 빠른 시일 안에 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핵탄두 폭발시험을 예고했다고 해서 5차 핵실험을 하겠다는 얘기로 볼 수는 없다.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실제 시험발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육상에서 탄두만 가지고 시험해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핵탄두 폭발시험은 핵물질을 넣지 않고 기폭장치만 넣어 만든 탄두를 대기권 재진입 환경을 만들어 시험할 수 있다. 탄두 속의 기폭장치가 잘 보호되는지, 그 환경에서 기폭장치가 원하는 때 정상적으로 터지는지 만을 확인하면 된다.
 
-ICBM의 핵심은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오는 기술이고, 북한은 아직 그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 “재돌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신빙성 있는 얘기인가?
 
15일 재진입 모의시험은 실제 탄두가 아니라 탄두의 가장 끝단 ‘첨두’ 부분의 재료가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과 고압을 견뎌 균일하게 마모되고 외형상으로도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 보여주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탄두는 방열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진동을 막는 ‘방진기술’도 필요하고, 자세를 제어하는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그 기술이 종합적으로 갖춰졌을 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방열기술만 보여준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핵탄두 폭발시험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이 확보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측면도 있다.
 
수치로 얘기하기는 뭣하지만, 개인적으로는 50%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재진입 기술에 관해 교묘하게 표현이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재진입 기술을 완성한 것 같은데 자세히 읽어보면 ‘더 열심히 개발하자’는 식으로 아리송하게 말했다. 결론적으로, 재료공학적 차원에서 탄두의 일부 진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핵탄두의 표준화와 규격화가 실현됐다고 주장했고(9일),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하는 기술이 있다고도 주장했다.(15일) 그와 거의 동시에 각종 탄도미사일을 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핵 관련 군사기술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내외적인 의도가 복합적으로 있겠지만 나는 북한 내부를 향하는 메시지의 측면을 크게 본다. 겉으로 보기에는 외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김정은 시대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을 주민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1~3월 노동신문을 통해 김 제1위원장이 군 동계훈련에 얼마나 갔는지를 분석해봤다. 북한은 매년 11월부터 3월 초까지 동계훈련을 한다. 1월 이후로는 국가급 훈련이 벌어지는데 그때 최고사령관인 김 제1위원장이 참관한다. 1월에 핵실험을 했고 2월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의 이번 동계훈련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것으로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느낌일 뿐이고, 사실은 재래식 군사훈련인 동계훈련의 횟수와 규모는 작년에 비해 올해 오히려 줄었다. 작년에는 도하공격훈련, 군종타격훈련, 섬화력타격 및 점령훈련, 비행전투훈련 등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대연합부대기동훈련, 탱크병경기대회 정도였다. 그리고 20일 상륙 및 대상륙훈련 참관을 공개했다.
 
그 공백을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가 채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은 동계훈련의 일환이 아니다. 재래식 군사훈련이 줄었다는 것은 인력과 비용을 줄였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북한의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이 바라는 점이다.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은 더 이상 국방에 대한 추가적인 투입 없이 핵을 통해 나라의 안전을 보장하고, 대신 군사력에 들어갈 돈을 경제에 투입하겠다는 노선이다. 그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노동신문에 드러나는 북한의 실상이다.
 
5월 당대회를 열면서 북한 정권은 인민들에게 두 가지 분야에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핵무력 건설, 즉 안보에 대한 성과, 그리고 경제에서의 성과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군사기술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인민들에 대한 설명의 의미가 크다. 북한이 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70일 전투’라는 것을 벌이면서 인민들을 많이 동원하는데 ‘핵무력에 대한 교양(교육)’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핵무력 건설에 성공했으니 이제 안심하고 경제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인민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훈련 현장에 가 안보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런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최근 북한은 “핵전쟁억제력에 기초하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돌파구를 열어나갈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되였다”는 식의 주장을 계속 한다. 또 북한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정은)의 명령으로 미래과학자거리건설에 동원되였던 군인건설자들을 려명거리건설에 또다시 파견해주시겠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을 내부적으로 합리화하고 정당화시키는 과정인데, 북한의 이런 의도를 읽지 못하고, 우리에 대한 위협으로 오인함으로써 우발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핵에 대해 주장하는 것도 내부용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것이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북한 조선중앙TV는 1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도탄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열 안전성과 열보호 피복제 침식정도 평가를 위한 시험을 명령하고 직접 현지에 나와 재진입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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