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중국, 사드강행에 대응리스트 있을 것”
시진핑 외교정책과 중국 정치문화에 부합…한국 감내할 비용 넘어설 수도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한·미·중 3자 이익 조율해야”
2016-03-06 13:43:47 2016-03-06 23:56:43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가 채택된 후 한반도에는 안정요소와 불안요소가 뒤섞여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대화국면이 도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미는 중국이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했다. 7일 시작되는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도 긴장지수를 올리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에게 현 정세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언론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언급하며 “엄중한 대북제재만이 북한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중국은 2013년 시진핑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미 국가이익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강한 제재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전에는 미국을 사태의 근원으로 봤지만 이제는 북한 역시 문제의 책임자로 보고 북한의 행태에 중국이 연루될 수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리 제재 채택 과정에서 중국의 전략과 구상은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관철됐나?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 차원에서 미국이 이번 국면을 활용하는 데 대해 강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북한 핵실험 문제를 다루면서 ▲더 강한 제재 ▲융단폭격식 제재가 아닌 핵 프로그램에 관련된 정밀 제재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회담으로 북한을 견인하는 수단으로의 제재라는 세 원칙이 있었다. 여기에 미국이 동의한 것이다. 사드 문제는 이 국면을 미국이 미·중 전략경쟁 차원에서 활용한다는 중국의 인식을 확인해 줬다. 사드 배치 백지화는 아니지만 미국이 지난달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해 연기함으로써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할 명분을 제공했다.
 
-안보리 제재 이행의 열쇠는 중국이 가지고 있다. 중국이 얼마나 이행할 것으로 보나?
 
왕이 외교부장이나 우다웨이 대표가 분명히 하고 있듯이 중국은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약속이기도 하다. 단, 지속 여부는 ▲미국의 대 중국 정책과 관련한 사드 배치 문제 ▲한국외교의 방향 ▲북한이 얼마나 호응할지 여부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은행들이 대북 송금을 전면 차단했다는 등 중국이 안보리 결의와 별개로 독자 제재를 한다는 보도가 있다. 사실인가?
 
중국이 독자 제재를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중국은 2013년 3차 핵실험 때도 북한 선박의 중국항구 사용제한 등을 유엔 제재에 넣는 건 찬성하지 않았지만 독자적으로 그 제재를 시행했다. 2013년 5월 당시 최룡해 북한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급히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이러한 중국의 독자 제재는 북한이 가장 아파 할 부분이다. 중국은 북한이 순응하지 않을 경우 제재 강도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비핵화의 병행 추진’을 제안했다. 중국은 그간 ‘6자회담 재개’를 주로 얘기했을 뿐 평화체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태도가 변한 이유는?
 
중국은 북핵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에 있고, 해결은 북·미 협상에 달려있다고 인식해 왔다. 자신들은 그 협상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러던 중국은 이제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북·미 양자 모두에 책임이 있고, 양자의 입장을 절충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안전을 담보하는 수단’으로서 평화체제를 같이 논의하자는 적극적인 중재자로 전환하고 있다. 또 북한을 협상장으로 일단 끌어 들이고자 하는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북한 핵개발의 진전을 일단 동결시키자는 것이 중국의 의도다.
 
-안보리 제재라는 한 고비를 넘긴 후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첨예한 긴장을 가라앉히고 싶어 하는 중국과 미국의 의도에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강경 반응은 제재에 대한 의례적인 대응일 뿐이고 중국이 당근을 준다면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가?
 
북한은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권력의 정당성과 공고화를 우선 추진할 것이므로 강경 대응이 기조일 것이다. 최근 일련의 상황은 북한이 중국의 이해와 관련한 주요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중국을 배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이해와 판단에 입각해 결정할 것임을 보여줬다. 김정은은 핵문제는 더 이상 어느 누구와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다만 당대회 이후엔 중국은 물론 미국, 한국 등의 입장이 강경하기 때문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정책으로 나올 개연성이 크고, 명분이 주어지면 적극적인 태도로 협상 국면을 추진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 대북정책이 변수가 될 것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 배치를 한국이 적극 추진하면서 한국에 ‘정이 떨어졌을’ 것 같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시각과 전략이 크게 수정되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
 
핵실험 국면에서 한중관계는 분명 내상을 크게 입었다. 그러나 중국은 문제의 근원이 북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북핵 국면에서 한중관계가 파탄 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동북아 신냉전의 도래도 원하지 않는다. 국가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4차 핵실험 후 한국의 대중 외교는 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안게 되었다. 부담의 측면으로 보자면, 중국은 한국이 기존의 ‘연미화중’(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 친화) 기조에서 이탈해 중국을 견제하는 대미 편승외교에 가담한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시진핑 외교의 특성으로 볼 때 중국은 한국에 대응할 방안 리스트를 이미 마련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기회의 측면은,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중국 외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약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었고 ‘일대일로’ 정책의 초점이 한반도에서 벗어나 중앙아시아나 동남아, 남중국해 등지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한국의 중요성을 다시 제고시킨 것이다.
 
-중국이 한국에 대응할 방안 리스트를 마련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시진핑 시기 중국은 자신의 이해에 반해 한국이 주도적인 전략적 선택에 의해 중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한다고 했을 때 반드시 보복 조치를 할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정치문화에 부합하고, 동시에 최근 시진핑이 표방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관계의 함의에도 부합한다. 경제적 수단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한 중국의 새로운 주변국 외교정책은 한국이 감내할 비용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지 않을 정도로 저강도이면서도 한국이 취약한 부분을 활용할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 부분이다. 얼마 전 현대차 충칭공장 인가 지연의 경우처럼 의도적이든 아니든 협의 처리의 지연이나 연기, 취소, 거부 등 다양한 형태로 교묘히 나타날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효과가 큰 영역이 타깃이 될 개연성이 크다. 보다 직접적인 보복도 가능하다. 예컨대 방공식별구역의 무력화와 기존 한·중 해상경계의 무시, 이어도 방면에 중국 해안경비정 진입 등이 리스트에 있을 수 있다. 재난구호나 해적활동 퇴치, 정례적인 군사연습 등의 명분으로 한반도 근해에서 군사연습을 하는 방법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교수)
그 다음으로 중국이 꺼내들 카드는 ‘북한’이다. 대북 경제지원을 강화하고 북중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다. 필요하다면 러시아와 공동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개발프로젝트 등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낮은 차원의 대북 군수지원을 시작할 수도 있다. 유사시 한국에 대한 군사적 타격방안 설정을 공개적으로 노출시키고 압박할 수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달 16일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북·중 변경지대에 강력한 군사력을 증강 배치시키고 군비경쟁과 대치를 강화한다고 언급했다. 예상되는 것은 북·중 국경지대에 S-400과 같은 대공방어체계의 구축이다.
 
-한국의 외교적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현재 중국의 전략이나 태도로 볼 때 북핵 문제로 한국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싶어 하지는 않고, 신냉전 구도 형성도 원치 않는다. 다만 한국이 도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응전을 하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도발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중국의 보복’에 대한 대응조치를 먼저 감안한 후 단행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급전직하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을 다 같이 고려하고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이해와 국력에 부합한다. 당위나 도덕의 관점이 아니라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한·미·중 3자의 이익을 맞추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드 논란은 한·미·중 대립의 사안이 아닌 협력의 사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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