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의 테마여행)수인선, 그 아스라한 추억의 철길을 더듬어
2016-02-29 09:46:57 2016-02-29 09:47:08
갯고랑과 바다가 만나던 포구마을. 아주 오래 전 작은 기차가 다리 위를 달리던 풍경은 검은 단발의 새댁을 떠올리게 한다. 날푸성귀며 갯가의 물성귀를 담은 작은 광주리를 들고 기차에 오르던 아낙들은 어느새 늙은 여자가 되어 아득히 저기 철길로 다시 달려오는 기차를 타고 추억으로 돌아간다. 1995년 12월31일 마지막 경적을 울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수인선 열차가 오는 27일 폐선 43년만에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어느덧 수십년의 세월, 오래 전 철길 저 너머로 사라졌던 작은 기차가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일제강점기 인천의 근대역사를 마주할 수 있고, 옛 포구의 향취와 장터와 골목까지 돌아볼 수 있는 봄맞이 열차여행이다.
 
사진작가 김용수의 사진 '소래철교(1978년)'. 사진/인천광역시립박물관
 
과거 '꼬마열차'로 불렸던 수인선 협궤열차는 인천과 수원을 오가던 증기기관차를 말한다. 당시 수원과 인천 사이의 52㎞ 구간을 오가던 이 작은 열차의 궤간(두 바퀴 사이 간격)은 76.2㎝에 불과했다. 1937년부터 운행을 시작하여 수원과 인천의 주민들의 발이 되고, 삶의 터전을 이끌어주던 추억의 열차다. 하지만 교통망이 정비되면서 1973년 남인천-송도 구간이 폐쇄된 후 1995년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었다.
 
삶을 싣고 달리던 열차, 수인선 협궤열차
 
당시 수원역에서 수인선을 타면 인천항까지 1시간40분만에 닿았다. 수인선은 일제강점기 당시 쌀과 소금을 수탈하는 주요통로로 활용되었다. 일제는 1937년 9월 경기 이천과 여주 땅의 미곡과 인천 소래, 남동 지역의 소금을 반출하기 위해 인천항까지 수인선 철길을 개통했다. 그러다 광복 이후에는 화물 운송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이동수단이 되어 지역의 주민들의 삶을 관통하며 달렸다. 수인선은 1960년대까지 작은 증기기관차에 객차 6량과 화물차 7량을 달고 15개 역을 하루 7차례 운행하였다.
 
사진작가 김용수의 사진 '열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군자역, 1968년)' 사진/인천광역시립박물관
 
수인선 협궤열차는 삶 그 자체였다. 인천이 토박이인 중장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 이 기차를 타고 학교를 오갔고, 작은 소쿠리와 광주리를 인 아낙들이 열차에 올라 인근의 장터와 골목을 오가며 삶을 꾸렸다. 하루벌이를 하는 장꾼들과 아낙들은 열차를 타고 소래포구를 오가며 삶을 꾸렸고, 또 어느 날인가는 바다 위로 달리던 열차의 창을 열고 가슴을 쓸었다. 협궤열차를 타고 인천, 부평, 서울 등지로 등짐을 이고 다니며 생계를 꾸리었던 것이다. 당시에 어린 꼬마였을 지역의 토박이들은 객실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으면 서로 무릎이 닿을 정도로 작았다고 추억한다.
 
90년대 초반 경제성이 낮아져 운행이 중단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추억과 낭만을 실은 수인선 열차를 타고 소래를 찾았다. 그러다가 1995년 사람들에게 열차가 중단되면서 사람들이 건너다닐 수 있게 '소래 철교'란 이름으로 개방되며 관광지가 되었다. 그때에는 철교를 건너며 침목 사이로 흐르는 바다를 볼 수가 있었다. 수인선의 옛 철교는 소래포구를 찾는 연인들이 찾는 명소로, 함께 손을 잡고 소래철교를 건너면 헤어지지 않는다는 명성을 얻으면서 한동안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또 한동안은 서울근교에서 가장 가벼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이유로 소래포구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늦은 밤까지 선창가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불금'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1973년 남인천역이 폐쇄돼 송도∼수원 구간만 운행하다 도로교통망의 발달로 화물과 여객이 감소해 1995년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수인선타고 떠나는 인천 타임슬립여행
 
어언 40여년의 세월. 오는 27일 수인선 열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일제의 수탈로 시작해 광복 이후 민족의 애환과 서민의 삶을 아우르며 달렸던 수인선의 인천 구간(20.5㎞)이 다시 개통된다. 수인선 열차를 타고 옛 추억을 더듬으며 수인선 타임슬립여행을 떠나보자. 인천관광공사는 역사와 함께 달리던 열차인 '수인선' 개통을 맞이해 수인선 인천 타임슬립여행 당일코스 및 테마코스를 운영한다. 개통되는 구간인 인천역, 신포역, 숭의역, 인하대역 등 4개 역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탐방과 식도락 여행, 가족나들이 등 수인선 테마여행 코스를 꾸려놓고 봄철 나들이객 맞이에 한창이다. 1973년 이전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인천의 근대 역사와 원도심의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여행코스는 연장구간 인천역∼신포역∼숭의역∼인하대역 등 역을 중심으로 한 코스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근거지였던 소래염전과 소래포구,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 근대역사탐방, 장터와 골목을 둘러보고,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는 테마여행 코스와 연계된다.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수인선이 오가던 소래포구의 풍경. 사진/이강
 
수인선 추억여행의 출발점은 인천 종점인 인천역이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경인 철도가 출발했던 경인선의 종착역이자 수인선이 만나는 '인천역'에 내리면 인천 다문화 사회의 한 상징인 120년 넘는 차이나타운을 만날 수 있다. 짜장면 탄생지인 공화춘과 더불어, 청·일조계지경계계단, 삼국지벽화거리, 의선당 등 붉게 물든 골목 사이를 걷다 보면 대중국교류의 중심지였던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에 오르면 인천항과 월미도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신포시장. 사진/이강
 
다음 정거장은 먹거리 장터인 신포시장과 연결되는 신포역이다. 신포역에서 내리면 바로 신포시장이다. 신포시장은 먹방 투어를 대표하는 장터로 평일, 주말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문정성시를 이루는 먹거리 장터 중 한곳이다. 1971년 2평 남짓의 작은 만두가게에서 시작해 쫄면붐을 일으킨 신포우리만두 1호점과 닭강정 맛집, 오색빛깔 만두집도 눈에 띈다. 신포역 인근에는 1962년에 생긴 백반 집인 명월집, 1944년 문을 연 평양냉면 전문점인 경인식당, 인천 최고의 삼계탕집인 인현통닭삼계탕집도 유명하다. 배를 두둑하게 채웠으면 이제 숭의역으로 간다. 숭의역은 오래 전 흑백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여행코스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방앗간과 곡물가게 등 수인곡물시장풍경은 40여년 전의 추억의 풍경 그대로다. 골목을 걷다보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 된 한식당 100선'에 뽑힌 해장국집인 평양옥이 자리하고 있다. 인하대역에서 내리면 용현시장과 젊음의 거리인 인하문화의 거리와 학산 소극장을 찾아갈 수 있다. 용현시장은 인천의 별미인 아귀찜을 맛볼 수 있는 용현동 물텀벙거리와 연결된다. 소래포구역에서 내리면 소래포구 어시장의 꽃게와 해산물을 먹는 코스와 1973년 이전에 생긴 오래된 식당을 만나는 노포(老鋪) 탐방 등이 있다. 소래포구에서 멀지 않는 거리에 일제의 소금수탈의 근거지였던 소래염전와 소래습지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이 있다. 가족나들이 코스는 인천역에서 내려 송월동 동화마을에 가면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생동감 있는 컬러로 꾸며진 벽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인천논현역 인근 늘솔길 공원 내 양떼목장에서는 양에게 먹이도 줄 수 있다. 봄을 맞는 3월, 수인선 열차의 추억을 더듬어 봄나들이 가자.
 
여행작가 이강의 풍경읽기 - 수인선이 오가던 소래포구와 소래염전
 
봄을 맞는 소래포구 어시장은 늘 시끌벅적하다. 소래포구는 원래 바다 건너 시흥 쪽으로 가는 작은 도선장이었다. 일제시대 염전이 들어서고 이후 소금을 실어 나르는 협궤열차가 다니면서 발전된 포구마을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어항이며 대규모 어시장이 바로 소래포구다.
 
옛날에는 게와 짱뚱어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당시의 명성이 자자한 탓에 아직도 전국에서 모여드는 나들이객들이 사시사철 포구를 가득 메운다. 어시장에는 온갖 해산물이 넘치고, 바로 앞 길가에는 입맛을 돋우는 바다의 진미가 발길을 잡는다. 뱃고동 소리보다 큰 상인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한 한 데 어우러지는 곳이 바로 소래포구의 봄이다. 봄을 맞은 소래포구 어시장은 활기차다. 여전히 포구에는 시끌벅적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어선에서 금방 내린 횟감들은 물빛 싱싱하게 손님을 끌어 모은다. 골목에서는 각종 활어가 싱싱하게 팔딱거리고, 저 골목에서는 곰삭은 새우젓이며 건어물들이 나들이객들을 불러 모은다.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저렴한 가격, 도심 속에서는 볼 수 없는 포구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소래포구 어시장 풍경. 사진/이강
 
폐염전을 복원한 소래습지생태공원이 멀지않다. 1933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염전을 만든 후 1996년까지 소금을 만들었던 곳으로 염전 너머로 하루에 2번씩 바닷물이 들어와 갯벌을 이루던 지역이다. 일제는 탄약의 연료가 되는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이곳에서 염전을 세우고 천일염(天日鹽)을 생산하여 1937년부터 협궤열차인 수인선 철도를 이용해 우리 민족의 눈물을 수탈해 갔다. 해방 이후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투명하고 영롱한 빛깔과 맛을 자랑했다. 하지만 전통방식의 염전이 쇠락기에 접어들자 소래포구의 명성 역시 조금씩 잦아들다가 1996년 문을 닫았다. 이후 소래염전과 주변 습지를 그대로 방치하다가 2009년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복원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자연학습장과 광활한 갈대밭 사이 산책로를 지나면 아름다운 풍차가 서 있는 곳으로, 전시실, 전망대, 염전학습장, 쉼터 등 체험공간과 시민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습지내 각종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천일염을 생산했던 시설물과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으며, 광활한 갈대밭 및 풍차, 산책로,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어 시민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봅시다 - 수인선 1960, 사람이 있었다
 
오는 27일 수인선 인천 구간 완전 개통을 기념해 지난 1960년대 수인선 풍경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사진작가 김용수의 '사람이 있었다-수인선 1960'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973년 7월13일 송도역~남인천역 5km 구간이 폐선되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됐던 수인선 인천 구간이 43년 만에 다시 개통되는 것을 기념해 기획됐다.
 
사진작가 김용수의 '사람이 있었다-수인선 1960' 사진전 포스터. 사진/인천시립박물관

이번 전시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해 왔던 원로 사진작가 김용수 선생(79)이 지난해 수인선을 주제로 한 자신의 작품 5점을 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선생의 작품 중 지난 1960년대 수인선과 그 주변의 풍경을 촬영한 사진작품 25점이 전시된다. 한편 시립박물관은 지난 2012년 5월 수인선 오이도~송도 구간 개통을 기념해 수인선, 두 번째 안녕 전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전시는 수인선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주제로 박물관 소장 유물과 함께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던 자료와 에피소드를 수집해 공개했다.
 
반면 이번 전시는 지난 1960년대 수인선을 이용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정겨운 일상을 김용수 작가의 사진작품을 통해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 이제는 볼 수 없는 지난 1960년대 치열했던 삶의 현장을 회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출품작가인 김용수 선생은 지난 1938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1960년대부터 인천을 무대로 활발히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대표적 작품 활동 중 하나인 지난 1960년대 수인선 사진들이 한자리에서 인천 시민에게 공개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선생이 신진 작가 시절 순수한 시각으로 담아낸 수인선과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모습들은 지역 생활사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문의: 인천시립박물관(museum.incheon.go.kr, 032-440-6733)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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