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신소재 사업이 '제자리 걸음'이다. 이들 신소재 사업은 개발 당시 대대적인 홍보로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상업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효성은 신소재 폴리케톤의 고객사 확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존 나일론·폴리아세탈·알루미늄 등에 비해 우수한 물성과 가격경쟁력까지 갖췄지만, 고객사들의 보수적 태도로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폴리케톤은 효성이 10여년간 약 5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지난 2013년 11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신소재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과 슈퍼섬유로 사용 가능하다. 올 초 5만톤 규모의 울산 용연2공장을 완공했지만 마땅한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서 상업생산에 돌입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폴리케톤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물성에 따라 기존 설비 조건을 바꿔야 하는데 이미 고객사들은 기존 소재에 최적화돼 있어 이를 바꾸기 꺼려한다"며 "하지만 뛰어난 물성과 가격경쟁력도 좋고 협력사들과 테스트 생산을 하고 있는 만큼 연내 상업생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탄소나노튜브(CNT)는 시장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CNT는 철의 100배 강한 인장강도와 구리보다 1000배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춰 '꿈의 소재'로 불린다. 금호석유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이 CNT 사업에 2000년대 중반부터 뛰어들었지만 현재까지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05년부터 CNT 연구개발에 들어가 현재 50톤 규모의 충남아산 CNT 생산공장을 갖췄지만, 고객사 및 연구소 등에 연구개발용으로만 공급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역시 지난 2008년 일진나노텍을 인수하며 CNT 사업에 진출, 현재 50만톤 규모의 울산 CNT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상업생산 성과는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 자동차를 비롯해 반도체까지 적용가능한 사업은 많지만 아직 단가가 높아 CNT 사업을 하는 업체 가운데 의미있는 숫자를 내놓은 곳은 없다"며 "미래기술이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만큼 고객사들에게 직접 다양한 응용분야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에 발목을 잡힌 경우도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05년 소재 브랜드 '헤라크론'을 론칭하며 신소재인 아라미드 사업에 뛰어들지만, 미국 듀폰과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아라미드 기술 관련 법정 다툼을 벌이며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었다. 회사 관계자는 "듀폰과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아라미드 생산·영업활동을 펼쳤지만,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다"며 "지난해 5월 소송을 마무리 지은 만큼 올해 연간 실적에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지난 2014년 열린 '세계일류소재개발사업(WPM) 성과전시 및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폴리케톤 소재로 제작된 다양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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