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재벌기업의 ‘오너리스크’ 국가경쟁력 차원 ‘관리’ 필요
최근에도 SK·효성·몽고식품 등 오너일가가 기업이미지 떨어뜨려
기관투자자 기업의사결정 적극 참여 ‘스튜어드십 코드’ 검토해야
입력 : 2016-02-22 06:00:00 수정 : 2016-02-22 18:48:54
기업의 생존은 리스크 관리에 달려 있다. 리스크가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볼 때,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것은 곧 기업의 핵심 목표인 이윤 극대화의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리스크는 시장리스크, 신용리스크, 운영리스크 등 다양하게 분류된다. 시장리스크는 이자율, 환율 등의 시장가격이 변함으로써 발생하고, 신용리스크는 채무 관계의 불확실성에서 비롯한다.
 
시장리스크와 신용리스크가 외부 환경의 변화와 관련되었다면 운영리스크는 기업의 내부 경영 시스템에서 발생한다. 통제 제도의 미흡, 직원의 실수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서 단연 한눈에 들어오는 운영리스크는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오너리스크는 재벌 총수 일가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탈세, 배임, 폭행, 스캔들 등 기업의 통상적인 활동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로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벌 기업의 경우 총수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견제할 장치가 마땅치 않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적은 지분으로 대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할 수 있는 지배구조 형태를 띠고, 총수가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해 다른 나라에 비해 오너리스크가 큰 편이다.
 
최근 불거진 대표적인 오너리스크의 장본인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이 지난해 12월 편지를 통해 내연녀와 혼외자를 공개하고 부인과 이혼하고 싶다는 심경을 밝혔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치부지만 결자해지하려 한다. 우선 노소영 관장(부인)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또 적어도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혼외자)와 아이 엄마(내연녀)를 책임지려고 한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내연녀와 혼외자를 공개해 오너리스크 논란에 휩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의 공개 서신에 당황한 것은 소식을 접한 SK 임직원이나 대중 뿐만은 아니었다. 편지를 공개하기 전(12월 28일) 대비 공개 후(12월 29일) SK의 주가는 3500원, SK텔레콤은 2만50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64.06에서 1966.31로 올랐다. SK 관련주들은 이후 하향세로 돌아섰다. 주식 시장의 다른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최 회장 스캔들의 영향이 컸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최 회장의 ‘고백’은 현재까지는 주가에만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뿐 그에 따른 본격적인 리스크는 파괴력을 짐작하기 힘든 상태로 잠재해 있는 상황이다.
 
효성그룹의 분쟁은 해묵은 오너리스크에 해당한다. 2013년 효성은 장남인 조현준씨와 차남 조현문씨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서 이른바 왕자의 난에 휩싸였다. 차남인 현문씨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면서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 하였으나 친형인 현준씨를 횡령ㆍ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태는 악화하였다. 지난달 15일 그룹 총수인 조석래 회장과 경영 일선을 책임지는 조현준 사장이 재판부로부터 불법행위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효성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오너리스크로 인해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총수일가의 골육상쟁과 그 과정에서 밝혀진 나온 부패의 실상은 기업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실추시켰다.
 
총수 부자의 유죄선고라는 대형악재에도 불구하고 효성은 ‘규모’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지만, 소규모 기업에는 오너리스크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업 111년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수기업 몽고식품이다. 몽고식품은 2세 경영인인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갑질 사건으로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기업의 존립마저 흔들리는 지경에 몰렸다.
 
김 전 회장은 창업주인 부친 김홍구로부터 1972년 회사를 물려받아 2009년에 아들인 김현승 현 대표이사에게 가업을 넘겨주었다. 지난해말부터 김 전 회장이 운전기사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회장님 갑질’이 SNS 등을 통해 연일 폭로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이미지 실추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몽고간장은 옛 마산을 근거지로 한 향토기업임에도 샘표간장, 대상 청정원간장 이어 업계 점유율 15%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30개국에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4년 기준으로 440억 원이다. 불매운동으로 김 전 회장이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매출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최근에는 몽고간장 사원이 “회사를 살려달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매출은 좀체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경영교과서에 길이 남을 대표적인 오너리스크 사례이다. 이 사건이 대한항공과 한국 사회에 미친 파문은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불러온 것을 넘어서는 미증유의 것이었다.
 
‘땅콩 회항’ 이후 나온 분석은 공통적으로, 오너 3세의 특권 의식뿐 아니라 회사 대응 체계의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땅콩회항’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 이어진 안이하고 저열한 대응수준은 기업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오너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3ㆍ4세가 자동으로 기업을 세습하면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에서 상존한다.
 
계량되지는 않았지만 재벌 총수의 일탈이 개별 재벌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경제력집중이 심한 상태에서 거대 재벌의 위험노출은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다. 오너리스크가 언제든지 국가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너리스크는 개별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의 사안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쉽지는 않지만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즉, 오너리스크의 관리는 기업 거버넌스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나 사외이사의 책임 강화 등을 오너리스크 대응책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거버넌스 개선 등 제도 변화를 통해 재벌 오너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치용 2.1지속가능연구소장은 “사적 소유를 존중하되 사회적 이익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시장기능 또한 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재벌경제 체제는 경제민주주의 입장에서 전면 재고되고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은하 KSRN 기자
편집 KSRN 편집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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