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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8개월 연속 '동결'…연 1.50% 유지
이주열 총재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기준금리 조정 신중해야"
2016-02-16 13:51:59 2016-02-16 13:52:58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달 기준금리를 연 1.50%로 8개월 연속 동결했다. 최근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등 대내외 악재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이주열 한은 총재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지난달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 2014년 8월과 10월,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이후 8개월 연속 연 1.50% 수준을 이어갔다.
 
한은이 8개월째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신중한 행보를 이어간 것은 불안한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과 국제유가 하락, 가계부채 문제 등 대내외 악재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중국은 연초부터 연일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고 일본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추가 양적완화를 예고했고 미국까지 금리 정책 기조를 점진적·단계적 인상에서 인상속도 조절로 틀었다.
 
여기에 최근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국제유가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외 리스크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계부채 역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선 금융시장 안정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부진한 국내 경기가 당장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할 정도로 침체되지 않았다는 한은의 인식도 엿보인다.
 
최근 우리 경제는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8.5% 급감한 데 이어 이번달 들어서는 10일까지 27.1% 줄었다. 민간소비 역시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같은 정책 효과가 사라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1월(1.0%), 12월(1.3%) 1%대를 웃돌다가 올 1월(0.8) 다시 0%대로 복귀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추가 금리 인하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은의 이번 결정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외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하)여력이 있지만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야 하고, 비상식적인 대응을 할 만큼 한국경제가 침체되지 않았다"며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조정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부진한 국내 경기 상황에 갈수록 커지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달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3월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미 금융통화위원회 내에서도 하성근 금통위원이 이번달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 시장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 총재는 "하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내 경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은은 오는 4월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밑으로 하향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통화당국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며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지만 연초 들어 거시경제 하방위험 확대로 3% 경제성장률 달성 어려움, 정부와의 정책 공조, 일본발 통화완화정책의 글로벌 확산 움직임 등으로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연구원은 "4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하향 조정이 이뤄진 다음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지만 경제지표가 부진할 경우 이르면 3월에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과 수출 부진, 체감지표의 하락 등 내수 둔화 우려, 재고부담에 따른 생산 및 성장 둔화 우려, 정책 목표를 크게 하회하는 물가 등도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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