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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신차 교환·환불 가능해 진다…한국형 '레몬법' 추진
국토부, 교통소비자의 권익 위해 법안 추진…업계 "혼란만 가중 될 것"
2016-01-27 17:30:00 2016-01-27 18:19:02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김용현 기자] 신차 구입후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 등의 결함이 반복될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발생한 벤츠 차량 소유주의 파손 사건을 계기로 업계의 부당한 정책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함께 관련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는 교환·환불을 통한 소비자의 권리 보호 취지는 환영한다면서도 법적 분쟁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해 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2016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을 통해 교통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결함신차에 대한 교환·환불이 가능토록 관련 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 상반기에 관련 소비자보호기준을 마련해 하반기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준안은 무상수리기간 내 변속기 등 주요 장치나 부품의 결함이 4회 이상 반복돼 수리하거나 신차 구입 후 1개월 내에 일정 횟수 이상 반복 결함이 발생하면 교환·환불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대상범위에 대한 관련업체나 기관들의 이견이 많은 점을 고려해 법으로 규정하는 의사결정시스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신차의 교환·환불 정책과 관련해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만과 요구가 많았다. 지난해 벤츠 승용차 소유주가 잦은 시동꺼짐 문제로 교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판매점 앞에서 골프채 등으로 차를 부순 사건은 사회적 이슈가 됐었다.
 
◇지난해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외제차 판매점 앞에 훼손된 벤츠가 주차돼 있는 모습. 이 차의 주인은 자동차 환불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자신의 차량을 골프채로 때려 부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구매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신차 교환·환불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사진/뉴스1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의 일방적 행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던 만큼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데는 정치권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성호(더민당) 의원은 "미국은 일정기간 동안 일정횟수 이상 중대 결함이 발생하면 반드시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한다"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조속하게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박지호 간사는 "당연히 필요한 법안이지만 제조사의 반대에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없는 것은 아쉽다"며 "한국형 레몬법을 만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들이 나와줘야 소비자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몬법이란 미국의 소비자 보호 법안이다. 새로 구입한 차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제조사는 30일 이내에 해결해야 한다. 레몬이 겉과 속이 달라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문제발생 자동차의 교환 및 환불 조치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다만 지금도 공정위의 소비자 규정에 따라 환불이나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규정이 두리뭉실해지면 제조사와 소비자의 책임 소재에 따른 분쟁이 많이질 수밖에 없다"면서 "원론적이긴 하지만, 정부가 소비자·사회단체·제조사 등과 꾸준히 협의해 만들어지는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도 브랜드별로 수리를 하거나 교환을 해주는 등의 자체 규정이 있었다"면서 "소비자는 교환 및 환불을 원하지만, 제조사의 경우 간단한 차량 문제에 대해선 리콜을 통해 정비소에서 수리해주려 할 것이다. 입장차가 서로 다른데 과연 규정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규정이 시행되면 사실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내 완성차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고, 수입차의 경우 직접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김영택 기자·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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