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지속가능한 한국경제 위해 글로벌 대기업도 필요해"
'항모' 대기업과 '전투기' 중소기업의 유기적 협력과 연결, 전체 경제의 경쟁력 좌우
2016-01-25 13:34:30 2016-01-25 13:35:11
세계경제는 연초부터 예측불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하락하는 국제유가에 중국경제 침체 징후는 세계경제를 먹구름 속으로 몰아넣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밀려드는 악재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까?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과 이경태 <Korea Observer> 편집주간(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진단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17년 3만달러를 넘고 2019년이면 3만4268달러로 G7 국가의 하나인 이탈리아의 3만3388달러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에는 일본의 3만8174달러에 근접해 잘하면 2020년대 초반엔 일본도 추월할 기세라는 게 IMF의 예측이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센터(CEBR) 역시 2030년 우리나라는 GDP 규모 세계 7위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15년 후면 현 G7 국가 중 이탈리아는 물론 프랑스와 캐나다도 제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반면 국내를 돌아보면 영 딴판이다. 2~3% 대의 낮은 성장률이 5~6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년 연속 1% 안팎에 머물면서 일본식 장기침체 또는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년실업률은 8% 안팎까지 낮아졌다지만 집집마다 자녀들이 취직을 못해 아우성이다.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50대 초중반의 중년들이 음식점 등 자영업에 대거 진출해 제 살 깎아먹기로 공멸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식상할 정도다. 일찍 은퇴한 아버지와 취직 못한 자녀들을 쳐다보는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한두 집 건너 한번씩 들린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1960년대 초반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요즘처럼 국민들은 물론 기업들의 사기와 자신감이 떨어진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엇이 우리 경제와 사회를 이처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급격한 성장에 따른 성장통으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성장세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우리 경제와 사회, 정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세계경제의 판도를 하나의 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이다. 1993년 미국 기업이 161개, 일본 기업이 128개인 반면 중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2015년의 경우 미국 기업은 128개로 감소하고, 일본 기업은 54개로 반토막 아래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은 제로에서 무려 98개로 미국에 근접하고 있다.
 
한국의 글로벌 500대 기업은 1993년 12개에서 2015년 17개로 5개 늘어났다. 미국과 일본이 크게 줄어든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 800만명의 스위스가 12개, 인구 1700만명의 네덜란드가 14개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이들 글로벌 대기업들을 발판으로 1인당 GDP가 각각 8만달러와 5만달러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 글로벌 500대 기업이 17개라지만 업종을 살펴보면 에너지(정유, 전기, 가스 등),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전통제조업(10개)에 치우쳐있다. 나머지는 전자업 3개, 유통·무역업과 금융업이 각각 2개씩이다. 반면 스위스와 네덜란드의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전통제조업보다 금융, 의약 및 화학, 식품업종이 훨씬 많다. 스위스의 경우 금융업 4개, 의약·화학업 2개, 식품업 1개, 호텔·레저업 1개를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또한 금융업 4개, 식품업 2개, 의약·화학업 1개, 소비재생산업 1개로 향후 부가가치가 크게 늘어날 분야에 주로 포진하고 있다.
 
현재 G7에 속하는 선진국이면서도 1인당 소득에서 한국에 추월당할 처지의 이탈리아를 보자. 고령화와 정치 불안 등 여러 다른 요인이 있겠지만 글로벌 대기업이 몇 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탈리아의 글로벌 500대 기업은 9개로 한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업종도 금융업 4개를 제외하면 자동차, 정유, 전력, 유통, 통신업에 각각 1개가 있을 뿐이다.
 
2015년 전 세계 기업간 인수·합병(M&A)은 약 4조6000억달러(5400조원)로 이전 최대였던 2007년의 4조3000억달러를 넘어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1위와 2위 기업이 합병하거나 2위 기업이 3~4위 기업을 합병해 1위로 올라서고 있다. AB인베브(1위)와 사브밀러(2위)는 합병을 통해 세계 맥주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게 됐다. 화이자와 앨러의 합병은 세계 1위 제약사를 탄생시켰다.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이 BG그룹을 인수한 것은 저유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엑슨모빌과의 1위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화의 진전과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대기업들의 이와 같은 합종연횡(M&A)는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고 각국은 이들 초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유치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한 나라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대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전통제조업을 지키는 동시에 금융과 의약·화학 등에서도 신성장동력, 즉 글로벌 대기업을 키워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7조원이 넘는 기술수출계약을 맺은 한미약품이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다. 아울러 거대시장인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노릴 수 있는 식품과 화장품 등에서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육성도 필요하다. 한 국가의 전투수행능력으로 예를 들자면 글로벌 500대 기업은 항공모함에 해당한다. 세계경제전쟁의 성패는 항공모함의 수와 성능, 지휘력 등에 크게 달려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쟁에 항공모함 혼자 싸우는 것은 아니다. 전투기와 구축함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경쟁력 있는 글로벌 중소기업들도 필요하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협력하느냐에 따라 함대 또는 경제 전체의 경쟁력이 좌우될 것이다. 그래야 우리 경제가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5만 달러시대를 열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제52회 무역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앞 광장에서 무역협회와 코엑스 직원 30여명이 무역의 날을 기념해 창조와 혁신을 슬로건으로 한 판넬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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