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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스토리)투자자 울리는 ELS, 기초자산 많을수록 손실위험 높아져
무조건 중도 환매하면 더 큰 손해…주가흐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2016-01-24 12:00:00 2016-01-24 12:00:00
홍콩 H지수가 지난해 5월 1만5000선에서 8개월 만에 반 토막 수준인 7000선대로 내려가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중수익 중위험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글로벌증시 급락에 손실위험구간(Knock-in)에 진입하거나 진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LS 원금손실 우려에 투자자 '불안' 
지난해 중수익 중위험 상품으로 저금리를 이길 대안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은 ELS가 증시 변동성에 원금손실위험이라는 부메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ELS 발행잔액은 66조9923억원으로, 이중 증권사들이 판 금액은 41조, 은행권 판매잔액은 2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에서는 ELS를 직접 팔 수 없어 ELS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ELS를 판매해왔다. 특히 현재 문제가 되는 중국 H지수에 연계된 ELS로 15조원에 달하고 있다.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의 원금 손실 조건은 지수대비 50~60% 선인 6000~8000대에 몰려있다. 시기로 보면 지난해 6월 전후로 홍콩 H지수가 고점일 때 가입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지수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발 쇼크 얘기가 나오면서 ELS 관련 원금손실 뉴스가 나오자 투자자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며 “원금손실 가능성 조건(녹인터치)에 부합한 상황에서 조기상환 기간마다 기준을 만족하게 하지 않으면 만기 시 수익률이 낮은 지수 기준으로 원금을 돌려받게 된다”고 말했다.
 
녹인 터치해도 향후 주가흐름이 수익률 좌우
하지만 ELS의 기초자산인 지수가 손실위험구간(녹인) 터치했다고 무조건 환매할 수도 없다. ELS는 구조형 상품이라 만기 연장이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투자한 ELS에서 나오는 방법은 중도해지 방법밖에 없는데 이렇게 될 경우 원금손실률 40%에 투자원금의 3~7%에 이르는 비싼 수수료까지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남은 기간에 주가 흐름과 상환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녹인 터치 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지난해 6월쯤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통 투자 기간이 3년임을 고려하면 만기까지는 2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있으니 여유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은 상환 시기마다 기초자산이 조건을 만족시키면 수익률과 이자도 챙길 수 있는 만큼 추후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코스피200, 홍콩H지수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24개월에 각각 기초자산지수가 기준가격 대비 80% 이상이라는조건을 만족한다면 지금의 악몽은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이때까지 홍콩 H지수는 기준가격대비 50% 하락한 수준에서 30% 정도 상승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신한투자증권 여의도지점 관계자는 “주가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시장을 보면 지수가 급락한 이후에는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만기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고 조기상환분량 비중이 작아진 만큼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ELS 투자만 해왔다는 김 씨도 “현재 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만기가 2년 이상 남은 만큼 기다리는 게 낫다"며 "조기상환 조건 이상만 되면 원금은 물론 약정이자까지 다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자산 많다고 투자위험 줄지 않아
일각에서는 수수료 수입을 확보하려고 판매사들이 무리하게 ELS를 판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ELS'라는 애매한 광고문구로 마치 분산투자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해 투자를 유도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HSCEI, 유로스톡스50'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ELS 2종을 공모한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하는’이라는 구문을 보면 초보 투자자는 코스피200, HSCEI, 유로스톡스50이라는 세 지수에 골고루 분산 투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동시에 위험을 낮추는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초보 투자자에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이 익숙하므로 되도록 많은 자산을 골고루 투자하는 게 현명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ELS는 펀드나 주식, ETF와는 상품설계 구조가 전혀 다르다. 오히려 기초자산이 많아질수록 더 고위험상품이 된다. 대부분 ELS의 수익은 여러 기초자산 종목 중 기준이 되는 한 종목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위험은 기초자산의 개수가 많아짐에 따라 증가한다. 다시 말해 코스피200, HSCEI, 유로스톡스50 등 3개의 기초자산 중 HSCEI 와 유로스톡스50이 최초 기준가격 대비 150% 상승 했더라도, 코스피200이 최초 기준가격 대비 50%로 만기평가일에 결정되었다면, 투자자 ELS 수익률은 반토막나게 된다.
 
만약 기초자산의 개수가 4개, 5개, 10개로 늘어난다면 그 기초자산들이 부합해야 하는 조건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즉, 손실 구간에 접어들 확률이 3개의 기초자산인 경우보다 훨씬 높아진다. 강현주 KDB대우증권 여의도 지점 PB는 “ELS는 펀드나 ETF처럼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과는 수익구조가 다르다”며 “흔히 기초자산이 많거나 상품이 다양하면 위험을 낮추고 분산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ELS는 오히려 기초자산이 많을수록 위험이 크고 따라서 제시하는 수익률도 더 높다는 점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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