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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①충무로의 '영화광' 박찬욱
2016-01-12 00:00:00 2016-01-12 00:00:0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국내 영화 감독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두 인물이다. 두 감독은 예술성과 대중성, 글로벌 감각을 지닌 젊은 감독으로서 멀티플렉스 시대를 여는 시작점에 선 감독이기도 하다. 라이벌로 느껴질 듯 하지만 두 사람은 20년 넘게 인연을 맺은 충무로의 단짝이다. 1990년대 초반 박 감독이 봉 감독의 영화를 보고 연락처를 찾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영화아카데미 졸업을 앞두고 있던 봉 감독은 박 감독의 도움으로 생애 첫 일자리를 얻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고 현재도 서로의 기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도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설국열차'의 제작을 박 감독이 설립한 모호픽쳐스가 맡는다고 했을 때 영화인들 대부분이 당연하다고 여겼을 정도다. 박찬욱과 봉준호는 이처럼 영화 감독, 제작자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편집자)
 
박찬욱 감독. 사진/뉴시스
 
곽재용 감독의 영화 '비오는 날의 수채화'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박찬욱 감독은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했다. 가수 이승철이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한 이 작품은 당시 한국영화계에서 낯선 B급정서를 기반으로 해 영화팬들로부터 화제가 됐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영화 평론가로 직업을 바꾼 박 감독은 1997년, 5년 만에 '삼인조'를 연출했다. 이무영 감독과 함께 각본을 만든 이 영화는 제작사가 바뀌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가 처음 의도했던 거친 느낌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흥행과 작품성 평가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
 
두 번의 실패 후 어려움을 겪은 박 감독은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두 번의 실패를 겪었음에도 "한 번만 더 찍으면 잘 할 것 같다"는 자신감을 느낀 박 감독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를 만난다. 그리고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박상연의 소설 'DMZ'를 영화화 한 '공동경비구역 JSA'('JSA') 감독 제안을 받게 된다. 특별한 소재와 미스터리의 느낌의 줄거리에 호기심을 느낀 박 감독은 'JSA'를 통해 고급스런 유머와 메시지, 사회적 비판 등을 제시하며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 영화는 583만명의 관객을 동원, 그 해 최고 흥행작이 됐으며 박 감독은 이를 토대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박 감독은 2년 만에 '복수는 나의 것'을 내놓았다. 비주류 정서 탓에 흥행은 실패했으나, 평단으로부터는 호평을 받았다. 그를 다시 한 번 최고의 감독의 위치에 서게 한 작품은 '올드보이'다. 근친상간을 소재로 전작의 복수코드를 연결한 박 감독은 이 영화로 326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2004년 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밖에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등 걸출한 작품을 연이어 내놓은 박 감독은 자기세계가 뚜렷한 한국 감독 중 한 명으로 통한다. 어두운 분위기 안에서 특유의 유머를 선보이며, 인간의 본능을 깊게 들여다보는 등 박 감독만의 색깔은 뚜렷하다. 박 감독은 지난 2013년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영화 '스토커'를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고전적이면서도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연출로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박 감독은 국내 감독 사이에서도 가장 신뢰를 받는 감독이다. 봉준호, 최동훈, 류승완 등 젊은 감독들의 시나리오를 보고 평가를 해준다. 박 감독의 비평에 시나리오를 전면적으로 고치는 이도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보는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이정현 등 친분 있는 배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뢰한'처럼 저예산 영화가 개봉할 수 있도록 제작자로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는 그다.
 
박찬욱 감독은 올 하반기 개봉 예정 중인 신작 '아가씨' 촬영을 최근 마쳤다. '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6월 일본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이후 전국을 돌면서 1930년대 풍광을 담아내기 위해 촬영을 진행했다. 준비기간부터 촬영을 마치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당초 이 영화는 하녀 역에 '노출 수위는 최고 수준이며 협의 불가'라고 전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명이 넘는 여배우가 오디션을 봤고, 신예 김태리가 캐스팅됐다. 하정우와 김민희, 조진웅, 문소리, 김해숙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며 120억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오랜만에 복귀한 박 감독의 '아가씨'가 어떤 영화일지는 2016년 충무로의 초미의 관심사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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