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오피니언)아베 총리, 사죄는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2016-01-06 06:00:00 2016-01-06 06:00:00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팀장
“우리는 선주민들에게 깊은 슬픔과 고통을 안긴 역대 정부 및 의회의 법률, 정책에 대해 사과합니다.”
 
2008년 2월 13일,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국회의사당에서 지난 100년간 호주의 선주민 ‘에버리지니’에 대해 폭력적으로 진행된 동화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러드 총리는 특히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s)’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하고도 깊은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우리는 특히 빼앗긴 세대에 대한 잘못된 대우에 대해 반성합니다. (선주민들이) 가족 및 공동체와 생이별을 한 데 대해 그들의 부모, 형제, 자매들에게 사과합니다.” 이른바 ‘빼앗긴 세대’, ‘도둑맞은 세대’라고 불리는 선주민들은 1869~1969년까지 ‘백인사회로의 동화’라는 미명으로 어린 시절 부모와 생이별을 강요당해 백인 가정으로 보내지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약 10만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을 대표해 이날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사당에 발을 들여 놓은 100명의 선주민들은 호주 정부 대표의 공식적인 사죄를 들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러드 총리의 사과 연설은 호주 전역에 생중계 되었으며 의회는 사과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동아시아에서 과거사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지 못한 것은 역사 청산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과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 국립대 교수는 역사문제에 대한 올바른 사죄 방식에 대해 이 날의 사죄를 예로 들며 피해 당사자를 국회에 초대해, 피해자들의 ‘눈을 보며’, 총리가 직접 잘못을 사과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테사 교수는 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총리가 의회에서 피해자들을 초대해, 눈을 보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자세로 사과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한·일 정부는 ‘제2의 한일협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야합’을 되풀이해 ‘위안부’ 생존자들을 비롯해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전 세계 수많은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비용으로 10억 엔을 지불하고 모든 역사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결코 보상받을 수 없는 ‘불가역적인’ 피해를 당하신 할머니들께서 국가로부터 또 다시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하실까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해발굴과 유해봉환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쳐 온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의 도노히라 요시히코 대표는 외무상에게 사죄문을 대신 읽게 하고 다시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에게 올바른 사죄의 방식에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아베 씨,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나러 가십시오. 그리고 ‘위안부’문제에 대한 지금까지 자신의 인식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이렇게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책임이 당신 자신에게 있음을 사죄해야만 합니다. 그분들이 납득하실 때까지 불가역적으로 사죄해야만 합니다.”
“Sorry, The First Step” 러드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 국회의사당 잔디밭을 수놓은 촛불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해방 70년을 넘긴 2016년 1월,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남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싸움에서 우리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