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초(兩初)넘어 양초(養草)로 가라
2015-12-14 14:09:23 2015-12-14 15:19:52
 ‘양초’의 미숙한 리더십이 결국 분당의 길을 선택했다. ‘양초’란 문재인, 안철수 두 초선의원의 ‘초딩 같은’ 리더십을 뜻하는 은어다.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 선언은 이른바 진보진영의 선거사상 ‘블랙 선데이’로 명명할 만하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끝내 분열의 길을 선택한 두 지도자의 미숙한 리더십은 두고두고 ‘반면교사’의 한 형태로 인용될 것이다.
 
13일 하루 트위터에 문재인, 안철수를 언급한 글은 11만건이 올라왔다. 90% 이상이 안 의원의 탈당을 비판하는 목소리였다. 비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비난과 조롱이 난무했다. 이날 언급량은 안 의원이 지난 2012년 11월23일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던 당일 문재인, 안철수 언급량 40만건의 25%에 불과한 수치다. 많은 국민들이 안타깝게 침묵하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가 문 지지자들의 성토장이 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문 대표가 새벽에 안 의원 자택을 방문해 ‘문전박대’ 당했다는 소식은 초췌한 문 대표의 사진과 함께 지지자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했다. 안 의원측은 반전의 카드도 없이 무작정 찾아온 그 순간을 ‘명분 쌓기용 쇼’라고 규정했다. ‘문-안’의 적대적 감정은 발표 훨씬 이전에 이미 선을 넘어서 있었던 셈이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시원섭섭’이라는 단어에 ‘시원’이 ‘섭섭’보다 앞서는 이유는 약간 섭섭하겠지만 그래도 시원하다는 뜻일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당 홍보위원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하기에 앞서 문 지지자들의 정서를 일정하게 대변하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당지도부 일원이 탈당 당일 시원하다는 감정을 표현할 정도라면 그런 조직을 버텨낼 정치인이 그리 많치는 아닐 터이다.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갈라선 만큼 유권자를 위해 노선과 인물을 선명히 해주면 좋겠다. 안철수는 ‘중도’의 길로 가고 문재인은 ‘진보’의 길로 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21개월 만에 파국에 이른 문-안 갈등이 노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이 말해주듯 다양한 세력의 연합으로 구성된 정당 아닌가. 만약 노선 때문이라면 새누리당도, 새정치연합도 두 번 세 번 더 갈라져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결행한 안 의원의 탈당은 잘못된 결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냉정하게 볼 때 안 의원 같은 새로운 DNA를 가진 인물을 껴안지 못한 야당의 패권주의 문화야말로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더욱 본질적인 요소다.
 
이번 사태는 정책적 차이가 아니라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문화가 만들어 낸 재앙이다. 이런 배타적인 문화로 야당은 결코 이권을 중심으로 뭉친 수구 기득권 세력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의 대선 승리를 가져온 ‘디제이피(DJP) 연합’과 “노무현, 정몽준 연합’을 떠올리면 왜 지금의 안철수 몰아내기가 패배로 가는 배타적 문화인지 더욱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안철수는 김종필만 못한가, 안철수는 정몽준만 못한가. 나는 문재인 대표가 새벽에 안철수 의원 자택을 방문했을 때, 혹은 기자회견 30분 전에라도 왜 혁신전대를 수용하는 담대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는지 아쉽기만 하다. 혁신전대를 반대한 이유가 분열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기정사실화된 분당은 막아놓고 봐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 의원의 탈당은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잘못된 선택이다. 안 의원이 합당할 때부터 야당은 ‘파괴적 혁신’의 대상 아니었나. 그걸 모르고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 텐데, 아직도 본인 스스로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르게 생각하면 ‘안정적인 패배’보다 ‘대혼란’을 선택한 것이라 위안을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정치적 유동성의 심화라는 1%의 가능성을 향해 문재인, 안철수 모두 새로운 위험 속으로 자신을 과감히 밀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로를 물어뜯는 극단적인 뻴셈의 정치를 청산하고 창조적인 덧셈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야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위한 일말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문 대표는 더욱 과감한 혁신으로 안 의원을 희생양으로 기득권의 우산에 안주하려는 세력을 청산해야 한다. 안 의원은 이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자 브랜드를 확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머뭇거리는 모호함을 넘어, 정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확고한 신념과 열정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다.
 
‘뺄셈의 양초(兩初)를 넘어 새로운 풀뿌리를 기르는 덧셈의 양초(養草)가 되어 치열하게 경쟁하기 바란다.
 
총선을 앞둔 이른바 ‘통합전대’의 가능성은 오직 그 길에서만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안병진 교수가 읽었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를 들려주고 싶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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