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선전·홍콩을 아우르는 주강삼각주와 상하이·장쑤가 있는 장각삼각주, 베이징·톈진의 환발해지역에 이어 중국의 4대 경제권으로 꼽히는 동북3성.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을 일컫는 동북3성은 중국 인구의 8%와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곳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차항출해’(외국의 항구를 빌려 동해로 진출) 전략의 거점지역이다. 지난 11일 한국과 동북 3성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제4회 한·동북3성 경제협력 포럼'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외교부 주선양총영사관과 동북3성 지방정부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한국무역협회 등이 주관한 행사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이날 포럼에서 “한국과 동북3성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 상호 협력분야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중국의 4대 경제성장축인 동북3성은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동북 노후 공업기지 진흥전략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시장경제 활성화와 국유기업 개혁, 첨단산업 육성, 전방위적인 대외협력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동북진흥전략을 발표하고 주변국, 특히 한국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국경지역의 개방과 발전의 가속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유라시아 대륙 내 연계성 강화를 위한 지역협력의 틀 속에서 상호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해 “유라시아 대륙의 단절과 고립을 극복하고 소통과 개방을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동북3성이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는 과정에서 상호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북한, 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국가로 협력과 발전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킨다면 상호 ‘윈윈’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 조 차관은 오는 20일 발효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투자와 교역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북3성은 양국 교역 측면에서 중국 동남연해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으나 풍부한 잠재력으로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지역으로서 한·중 FTA 발효시 대표적인 수혜지역이 될 것”이라며 “관세 감축에 따른 상품 교역의 증대뿐만 아니라 관광, 문화 등 서비스 및 연관 산업 분야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기회를 적극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제강연을 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제현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과 동북3성의 무역 규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0.8% 증가했고, 10년간은 2배 성장했다. 동북3성에서 한국으로의 연평균 수출은 9.7%, 수입은 12.3% 증가했다. 그러나 한·동북3성 무역이 전체 한·중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9.6%에서 2014년 4.2%로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 동북3성으로부터 농수산물과 섬유류 등 소비재 위주로 수입하고 있고, 동북3성은 석유제품과 철강, 기계, 부품 등 제조업 제품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동북3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전체 투자의 56.1%가 제조업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이 지역 인프라 확대에 주목하면서 기술과 서비스를 앞세워 진출하고 있다. 훈춘포스코현대물류센터, SK 선양 고층 복합터미널, 선양 롯데백화점이 대표적인 동북3성 투자 사례다.
포럼에 참석한 동북3성 고위당국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설비제조업 협력이다. 지린성 경제기술합작국의 쉬융 부국장은 “지린성은 발달된 설비제조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은 자동차, 도금과 같은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한·중 양국간 장비제조업을 중심으로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수준을 높이고 제조기술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지린성에서 생산되는 각종 철도와 도시궤도 차량의 양은 중국 전체의 각각 44%와 55%를 차지한다. 창춘궤도객차유한공사는 아시아 최대의 궤도객차 기업으로 중국 최대 규모의 철도 객차와 도시궤도차량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다. 빙즈강 랴오닝성 부성장도 “랴오닝성은 중국 설비제조업의 중요한 산업기지”라면서 “설비제조 분야에서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동북3성 당국자들이 강조한 다른 분야는 물류·유통 협력이다. 빙즈강 부성장은 “랴오닝성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랴오닝-블라디보스토크-유럽, 랴오닝-몽골-유럽, 랴오닝-만주-유럽을 잇는 세 개의 물류벨트를 구축했다”며 “랴오닝성은 한국이 동북아는 물론 일대일로 관련국을 통해 유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품집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쉬융 부국장은 “두만강 지역 유통운송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린성 훈춘에서 러시아 자루비노 항구를 거쳐 한국 속초와 부산으로 각각 연결되는 유통운송로는 지린성과 한국의 무역에 중요한 루트이며 국제 육·해 복합운송로의 중요한 운송 구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린성이 최근 창춘~평양 고속철도 계획을 밝히는 등 북한과 동북3성의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동북3성 간 물류 협력의 차원을 높이기 위한 열쇠는 결국 남·북 협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외교부 주선양총영사관과 중국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이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한국무역협회 등이 주관한 '제4회 한·동북3성 경제협력 포럼'이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사진/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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