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마지막 정기국회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 준비에 마음이 바쁘다. 법정시한을 넘긴 선거구 획정도 해야 한다. 당내 계파간 뜨거운 감자인 공천 방식도 확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론은 사람이다. 누구를 공천할 것인가 최고의 과제이자 관건이다. 정당이 바라보는 첫 번째 공천 기준은 당선 가능성이다. 선거는 승부를 둔 싸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기준은 참신성이나 개혁성이다. 정치 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신진 인사를 영입한다. 마지막은 자기 사람 심기이다. 정치는 세력이고 곧 사람의 숫자이기 때문에 계보 사람 챙기기에 목을 맨다.
매 총선 때 마다 현역의원 교체율이 30∼40% 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정치 충원이 목적을 달성했는지 의문이 든다.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뽑았는데 나중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공천 실패를 줄이는 방법은 아예 공천 과정에서 미래 정치인상을 그려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스펙보다는 통합적 관점이 보다 나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외형적인 거품 보다는 정치인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여의도 정치인은 크게 다음 세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우국지사형 정치인이다. 말 그대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뜻이 높고 굳은 정치인을 말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목숨을 바치는 헌신적인 정치인이다. 대의를 지키면서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는 정직한 정치인이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가치관에 충실하다. 분명한 국가관을 갖고 있으며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 정치인을 지칭한 유형이다. 대의를 위해 열정이 충만한 정치인, 신념에 대한 책임이 분명한 정치인을 말한다. 공자가 정치의 요체로 다음 세 가지를 말했다. 먹는 것(食足)과 안전(兵足)에 충실해야 국민의 신뢰(得信義)를 획득한다. 대권 반열에 올라선 지도자들은 이런 유형이 많다.
둘째는 출세지향적 정치인이다. 높은 자리를 지향하고 권력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대개 머리가 좋고 학식이 풍부하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경험을 쌓고 전문성도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망가들이기도 하다. 학자나 고위 공직자 출신이 많다. 똑똑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통치를 해야 한다고 자부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람으로 포장도 잘한다. 국민들은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손은 쉽게 간다. 하지만 이들은 이중적이다. 유능함과 청렴한 이미지 뒤에는 이기주의가 철저히 개재된다. 그래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에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는 기왕에 똑똑한 사람이 하면 좋지만, 그것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는 생계형 정치인이다. 쉽게 말해서 먹고 살기 위해 정치를 한다. 왜 정치하는 분명한 존재 이유(raison d'etre)가 없다. 의사결정과 행동의 원칙과 기준도 없다. 국민들보다는 권력자의 의향을 살피기에 바쁘다. 보스가 시키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시늉을 한다. 이들은 주장한다. 정치는 줄서기이다. 줄 잘 서면 공천 받고, 잘못 서면 끝이다. 이들의 행동 기준은 단 하나, 나라가 어떻든 내가 잘 되는 것이다. 내가 잘 되기 위해서는 돈벌이에도 나선다. 책을 팔아 돈을 거둔다. 돈을 받고 법을 고쳐주기도 한다. 아들과 딸의 취업을 위해서 과감하게 압력을 행사한다. 그것도 모자라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등록한다. 비서진의 월급을 상납 받는 것은 기본이다. 불법과 탈법을 일삼지만 동료들이 지켜준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라 사법권도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4년 임기 동안 들통나지 않으면 줄 타기를 잘해서 또 생명을 연장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인의 유형은 대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가치의 문제이다. 단순한 기능적 관리가 아니라 원칙을 결정한다. 지난 11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진실한 사람들”을 뽑아달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새로운 인물”영입을 천명했다. 국민들의 선택 기준은 구체적인 덕목과 자질을 넘은 선 종합적인 판단이다. 수준 높은 국민들에 걸맞는 수준 높은 공천을 기대해본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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