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호락호락 하지는 않겠지만 진지하게 대화할 생각이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의 실마리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를 시사한 것은 지난 4일 <노동신문>의 정세론 해설이었다. 신문은 당국회담 개최 사실을 언급하며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해소하고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며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을 이룩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규정했다. 중국이나 미국 등에게 보여주기 위한 회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협상할 뜻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신문은 “체제대결을 종식시키는 것은 북남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필수적 조건"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체제대결 책동에 한사코 매달리면서 그 무엇을 얻어 보려고 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망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고위당국자들이 드러내는 흡수통일적 시각을 거부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상호 체제 존중을 강조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당국회담을 하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원칙 제시와 더불어 북한은 금강산 홍보를 강화하면서 당국회담에서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외선전용 웹사이트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 1일 금강산 가을 모습과 해금강의 만물상, 삼일포의 전경 등을 사진으로 소개했다. 이 매체는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열린 지난달 26일 게재한 재중동포 김희숙씨의 기행문을 통해 1998년 금강산관광 시작 당시의 모습을 언급하며 “해마다 수십만 명의 남녘 동포들이 금강산으로 물결 쳐 가던 그 화폭은 추억으로 남았고 남조선에서 관광 중단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생사기로에 선 기업가와 주민들의 울분이 차 넘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동신문>은 지난달 28일 '명승지의 가을날에'라는 기사에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강산에 관해 언급한 일화를 소개하며 금강산 띄우기를 시도했다.
이같은 움직임으로 미뤄 볼 때 북한은 당국회담 테이블에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당국회담 예비접촉에서도 ‘금강산관광 문제가 당면한 문제’라며 당국회담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했는데, 11일 당국회담이 열려도 전체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 작업과 상봉 정례화를 의제로 삼으려 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이 각각 밀고 있는 두 가지 의제를 한데 묶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남측의 뜻대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고 자주 하려면 금강산으로 가는 문을 자주 열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원활한 상봉 행사를 이유로 금강산관광을 서서히 재개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남한과의 체제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이산 상봉 행사를 꺼려하고 있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반대급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이산가족 문제에 협조할 수 있다”면서 “관광 재개와 관련된 전략과 입장을 준비해 회담에 나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관광 재개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이 통일·외교·안보 전문가 144명을 최근 설문조사해 지난 3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금강산관광에 대해 42.4%가 '관광을 먼저 재개한 후 해결 과제를 추후 보완해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의 사과나 핵문제 등 현안을 모두 고려해 재개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답변은 9.7%에 불과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던 지난 10월26일 금강산 외금강호텔 앞에서 촬영된 금강산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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