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에 이어 YS도 세상을 떠났다. 국민들은 애도하고 언론은 과(過)에 묻혔던 공(功)을 재평가했다. 민주화를 위한 헌신과 희생, 문민 개혁이 재조명을 받았다. 자세한 공적과 과오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양김 시대의 정치는 막을 내렸다. 그 시대의 정치 과제와 방식은 끝났다. 긍정적인 유산은 이어 받고 어두운 그늘은 청산해야 한다. YS와 DJ 이후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창출이 과제이다.
첫째, 비전의 정치가 필요하다. 비전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할 미래의 그림이요, 국민들의 꿈과 희망이다. 산업화 시절 일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 근면, 자조, 협동 정신으로 중진국 수준의 경제 발전은 이룩했다. 양김의 정치는 민권을 위한 투쟁, 민주화를 위한 개혁이었다. 민주주의가 정치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YS와 DJ는 행복했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만 외치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 덕분에 대통령까지 되었다. 문제는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방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 현재도 어렵지만 미래는 더 불안하다. 정치 리더십의 기본은 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존 코터 교수가 말했듯이 국민들이 땀을 흘려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내야 한다. 온 국민이 가슴 뛰는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최소한 온 국민이 신발 끈을 다시 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목표라도 제시해야 한다.
둘째, 국가 운영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양김의 정치는 투쟁의 정치였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군사정권에 맞서 거리에서 외치고 그리고 감옥에 갔다. 옳은 가치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국민들과 함께 눈물과 땀과 피를 쏟았다. 이제 투쟁의 정치 시대는 끝났다. 말 위에서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의 정치는 끝났다.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여당과 야당은 수레의 양 바퀴요, 새의 양 날개와 같다. 상호 협력과 경쟁이 필요하다. 협력할 것은 화끈하게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단호하게 반대하는 정치가 요구된다. YS도 생전에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 정치가 없다고 한탄한 바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들의 대통령 평가 기준은 엄격하다. 20개 항목에 이른다. 국내 정책, 외교 정책, 의회와의 관계, 행정부와 법원의 인사, 리더십, 소통 등 국정 운영에 관련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더십은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
마지막으로 공존과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YS와 DJ 시대는 이분법의 시대였다. 흑백의 시대였다. 옳고 그름만이 선택이었다. 회색과 중도는 존재할 수 없었다. 합리적인 주장은 배척되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의 가치와 지향은 다양해졌다. 사회 이슈도 복잡다단해졌다. 하나의 기준으로 만사를 재단할 수는 없다. 자신이 옳은 만큼 상대방도 옳다. 공존의 정치가 필요하다.
색깔이 아니라 소통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치 본연의 업무는 공동체 통합이다. 링컨 대통령은 전쟁까지 치르면서 미국의 통합을 유지하고자 했다. 노예 해방으로 인한 분열보다는 연방 통합에 최우선 목표를 두었다. YS가 유언을 남겼다. 화합하고 통합하라! 늦었지만 옳은 말씀이다. 정치 이념이 다를 수 있고, 진영과 계파가 존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지금 복잡계, 복합계 시대에 살고 있다. 다양성 속에서 통일을, 대립과 갈등 속에서 질서를 만드는 일, 그것이 정치이다.
리더십 학자인 맥그리거 번즈는 우리 시대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유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과제가 있고, 이에 걸맞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 선택을 받되 그렇지 못하면 퇴출당한다. YS와 DJ 시대를 반추해보면서 정치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고 새로운 정치를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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