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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면세점, 4.4조 벌어 수수료로 고작 21억원
이마저도 관세법 개정으로 상향…2013년까지 수수료로 매해 90만원 납부
누구를 위한 면세점인가…롯데·신라, 과실 '독점'
2015-11-25 07:00:00 2015-11-25 07:00:00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한 데는 유통 재벌의 독과점 시장 구조와 낮은 특허수수료가 기반이 됐다. 서울지역 시내 면세점 6곳(사업자 5곳)은 지난해 총 4조350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정부에 내는 특허수수료는 21억750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관세법 개정으로 상향 조치된 결과다. 2013년 관세법 개정 이전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면적당으로 부과됐는데, 시장을 양분하는 호텔롯데 소공점과 호텔신라 서울점의 경우 매년 90만원의 수수료만 납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면세점 유치전은 재벌 총수들의 자존심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7월9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알토란은 서울 시내 면세점…기업들, 유치 혈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가 지난 13일 공동주최한 '면세점사업 공정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 자료를 보면, 면세점은 상품을 직매입해 통상 30%의 마진을 남긴다. 인천공항 등 출국장 면세점의 경우 해당 공사에 매출액 대비 임대료 35%를 지급하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반면 시내 면세점의 경우 고객 유치에 따른 여행사 인센티브 20%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10%의 최종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올해 시내 면세점 유치를 놓고 유통 공룡들이 두 차례에 걸쳐 혈전을 펼친 이유다. 특히 노른자위로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90%에 육박하는 독과점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은 호텔롯데가 60.5%(2조6315억원), 호텔신라가 26.5%(1조1521억원)로 87%의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동화와 SK워커힐은 각각 6.7%(2926억원), 6.3%(2747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구조는 국내 전체 면세점 시장으로 이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시장 1위인 호텔롯데는 2010년 2조1328억원의 매출(시장점유율 47.1%)을 시작으로, 2011년 2조7257억원(50.7%), 2012년 3조2341억원(51.1%), 2013년 3조5758억원(52.3%), 2014년 4조2170억원(50.8%)으로 매해 꾸준히 성장했다. 호텔신라도 3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호텔신라의 면세점 매출은 2조5376억원(30.5%)으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호텔롯데와 더할 경우 매출액은 6조7546억원, 점유율은 81.3%까지 급상승한다.
 
신세계를 비롯해 JDC, 동화, AK 등 기타 면세점 사업자 21곳이 나머지 20%의 시장을 가지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구조다. 특히 롯데와 더불어 양대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신세계로서는 속이 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용진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세계가 이번 면세점 혈전에 그룹의 역량을 집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텔롯데, 지난해 매출 83.74%가 면세점 수입…호텔신라, 적자를 면세점에서 메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전체 매출 4조7165억원 가운데 3조9494억원을 면세점 사업을 통해 벌어들였다. 비중으로 따지면 83.74%다. 편중된 사업구조는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호텔롯데는 올 상반기 매출 2조4861억원 가운데, 면세점 사업에서만 2조1385억원을 기록했다. 86.0%의 절대적 비중이다.
  
반면, 호텔롯데가 시내와 출국장 면세점(보세판매장 포함) 총 9곳을 운영하면서 올해 낸 특허수수료는 고작 19억9246만원에 그쳤다. 수수료는 당해 매출을 근거로 다음해 납부한다. 호텔롯데 소공본점이 9억8817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롯데 인천공항점 3억4888억원, 롯데월드점 2억4100만원, 롯데디에프글로벌 인천공항점 1억5713만원 순으로 확인됐다.
 
호텔롯데가 20여억원의 수수료로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동안 배당금은 10배가 넘었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배당금 255억원 가운데 250억원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사 등 일본계로 넘어갔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호텔롯데의 지분 99%가 일본계로, 일부에서는 국부 유출까지 우려하고 있다”면서 “면세점 사업으로 거둬들인 수익을 세부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허수수료와 독과점적 시장 진입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침없던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은 지난 14일 관세청의 시내 면세점 5곳에 대한 재허가 심사 결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호텔롯데는 최대 매출처인 소공본점은 지켜냈지만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두산에 빼앗기면서 기업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크게 하락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함께 국적 논란까지 겪고 있는 신동빈 체제로서는 최대 악재를 만난 셈이다.
 
호텔신라 역시 호텔롯데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면세유통, 호텔사업, 생활레저 등 크게 3개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면세유통에서 2조61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89.8%의 압도적 비중이다. 이외 호텔사업에서 2477억원(8.5%), 생활레저에서 606억원(2.1%)의 매출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건, 면세유통의 영업이익(1489억원) 비중이 전체의 107.2%로, 호텔사업 등 다른 사업부문의 손실분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호텔신라는 서울 시내에 신규 면세점 특허까지 따내면서 이 같은 사업구조를 영위할 수 있게 됐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50대 50의 지분으로 서울 용산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연다.
 
면세점이 호텔신라 전체를 먹여 살림에도, 호텔신라가 올해 낸 특허수수료는 8억2002만원에 그친다. 면세점 별로는 호텔신라 인천공항점이 4억495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호텔신라 본점 2억9698만원, 김포공항점 3764억원, 신제주점 3590만원으로 나타났다.
 
◇"터무니없이 낮은 특허수수료, 재벌 면세점을 위한 특혜"
 
현행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해당 연도 매출액의 0.05%로 규정돼 있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이보다 낮은 0.01%가 부과된다. 이 역시도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을 통해 크게 인상됐다. 관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기 전 각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는 면적에 따라 부과됐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받은 <연도별 면세점 특허수수료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면세점을 대표하는 호텔롯데 소공점의 경우 해마다 수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특허수료수료는 지난 2013년까지 매년 9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소공점이 올해 납부한 특허수수료 9억8817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1100배 차이가 난다. 호텔신라 서울점 역시 지난 2013년까지 매년 90만원의 수수료만 내왔다.
 
전체 면세점으로 확대할 경우 ▲2011년 매출 5조3719억원, 특허수수료 1605만원 ▲2012년 매출 6조3292억원, 특허수수료 1641만원 ▲2013년 매출 6조8326억원, 특허수수료 1689만원이었다. 2014년에서야 5억8203만원의 수수료가 납부됐지만, 이는 당해 매출 8조3077억원을 감안하면 무려 1만3800번 이상 납부할 수 있는 소액에 불과하다.  
 
홍 의원은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원인 중 하나가 낮은 특허수수료율”이라면서 “정부의 허가로 운영되는 카지노사업의 경우 매출의 10%를 수수료(관광진흥기금)로 내는데, 면세점은 0.05%에 불과한 데다, 그 특혜는 재벌 면세점이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인천공항 출국 면세점의 임대료는 평당 1억3만원 정도로 연간 임대수입이 5700억원 규모인데, 호텔 내 초대형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 전체의 특허사용료가 인천공항 내 10평 남짓한 면세점 임대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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