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법무부장관의 부끄러운 담화문
2015-11-17 06:00:00 2015-11-17 06:00:00
전 세계가 우울한 11월을 보내고 있다. 만추를 만끽 하던 프랑스 파리는 지난 13일 전대미문의 동시다발 테러로 최소 129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었다. IS로 추정되는 무장 테러세력의 습격이다. 세계 각국 주요 건축물들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3색 조명을 밝히고 애도에 나섰다.
 
그러나 정 많기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우리나라는 선뜻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우리는 서울 광장에서 벌어진 또 다른 폭력에 놀란 가슴을 달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는 민중총궐기 대회는 집회 시작 불과 몇 시간 만에 폭력으로 얼룩졌다.
 
청와대를 향한 행진이 경찰 차벽에 막히자 시위대 쪽에서 쇠파이프와 밧줄이 등장했고 경찰은 독하디 독한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시위대를 조준해 날렸다. 쌀값폭락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던 70세 농민이 물대포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경찰은 쓰러진 이 농민에게 15~20초간 물을 더 뿌렸다. 분명한 조준발사요, 명백한 법규 위반이다. 집회 참가자 두 세명이 구조를 위해 뛰어들자 그들에게까지 물을 뿌렸다. 구조행위를 방해한 것이다. 이 농민은 현재 위독한 상태다.
 
15일 김현웅 법무장관이 긴급담화문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문이다.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과 법질서·공권력 도전에 대한 ‘불법 필벌’을 강조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대규모 시위 후 관용어처럼 쓰여 온 말이다. 경찰차량 등 국가시설 파손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농민을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대신 "적법한 집회·시위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에서 과격 폭력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국민을 살피지 못하는 법무장관의 담화가 정말 부끄러웠다. 한술 더 떠 그는 시위대 저 구석에서 나온 '이석기 석방'이라는 구호에 알레르기성 반응까지 보였다. '공안 총리'에 떠밀려 나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 하다.
 
물론 폭력시위를 주도한 세력은 엄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법질서를 직접 수호하는 수장인 법무장관이라면 사람과 인권을 중시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책 수십개 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의 한 마디를 국민은 더욱 눈여겨 보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