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세월호 참사' 주범 이준석(70) 선장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참사의 고통은 아물지 않았지만 형사법적인 이번 판결로 종결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쟁점은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구조해야 할 승객들을 두고 먼저 퇴선한 이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란 법규범상 위험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의무를 다 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다. 살인의 고의나 적어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했을 때 성립된다. 이 선장은 선원법상 승객을 구조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많은 승객이 사망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실제 살해행위와 동등하게 평가를 받을 정도의 강한 위법성이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며 엄격하게 판단해왔다.
실제로 지난 1970년 여객선 남영호 침몰사고 때 검찰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에도 과실치사죄만 적용됐다. 이 같은 대법원 태도 때문에 검찰은 이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기 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선장이 퇴선명령으로 승객이 세월호 안에서 익사하는 것을 쉽게 막을 수 있었음에도 승객들을 대기시키고 먼저 퇴선하는 등 승객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며 대법관 13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살인죄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을 대법원이 더욱 엄격하게 물겠다는 의미로 풀이하는 의견이 많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기대 된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백화점이나 아파트, 교량, 항공기, 선박, 열차 등 국민들이 다수 이용하는 시설과 교통수단 등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민사 배상 규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구조조치 또는 구조의무 위반이 문제된 사안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서, 선장 등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가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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