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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포커스)뮤지션과 연예인 사이, 고통 받는 아이유
2015-11-12 10:28:15 2015-11-12 10:28:15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이유는 지난달 새 앨범 '챗셔'(CHAT-SHIRE)를 내놨다. 음악성과 상업성 모두 합격점을 받은 앨범이다. 아이유는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해 프로듀서로서 역량을 발휘했고, 수록곡들은 음원 차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아이유의 상상력과 톡톡 튀는 표현력, 감성적인 노랫말과 멜로디 등이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가수 아이유. (사진제공=로엔트리)
 
그런데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모티프로 한 곡 '제제'(Zeze)가 문제가 됐다. 아이유가 5세 아동인 제제를 성적 대상화해 표현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아이유는 한 인터뷰에서 제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섹시하다"는 표현을 썼고, 앨범 재킷에는 망사 스타킹을 입은 채 핀업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담겼다.
 
논란이 이어지자 아이유는 직접 "저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습니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프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입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섹시하다"는 발언에 대해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소설 속 제제는 학대를 받는 아동이다. 겉으로 봐서는 순수한 어린이지만, 속은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이기도 하다. 창작자로서 아이유는 제제의 이런 양면성에 집중해 곡을 썼다.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등의 가사가 '제제'에 실렸다.
 
아이유의 노래에서 제제는 중요한 메타포다. 아이유는 제제와 같은 성격을 지닌 누군가 또는 아이유 자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소설 속 인물을 차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징적 표현을 위해 차용한 대상이 학대를 받는 5세 아동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학적 해석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는 관점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아이유가 자신의 생각을 음악을 통해 풀어내는 뮤지션인 동시에 상업적 이미지를 앞세워 대중의 소비를 유도하는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10대에 데뷔한 아이유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사랑을 받으며 많은 삼촌팬들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앨범 재킷 사진,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아이유의 소녀 이미지가 부각됐다. 또래의 다른 가수들이 섹시한 매력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아이유는 차별화에 성공했다. 동시에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서 역량을 뽐낸 아이유는 뮤지션과 연예인이라는 이중적 포지션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았다.
 
하지만 '제제'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이 균형이 깨져 버린 모양새다. 소녀 이미지를 앞세운 아이유의 마케팅이 과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성난 대중들은 "'소아성애 콘셉트'를 내세워 돈벌이를 하고 있다"며 '연예인' 아이유를 비난하고 있고, '뮤지션' 아이유의 음악적 진정성까지 의심을 받고 있다.
 
소속사 측은 "제작, 기획 단계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준비된 소품이나 가사 일부에 맞추어 단편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이 하나의 성적인 코드에 맞추어 재해석되고 이로 인한 무분별한 억측들이 확산되며 본래 앨범에 담았던 진정성과 아티스트의 노력까지 왜곡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재능 있는 뮤지션인 아이유가 마녀사냥에 내몰리고, 아이유가 오랜 노력 끝에 완성한 음악의 의미가 왜곡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연예인' 아이유를 상업적으로 포장하고, 그 이미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중을 불편하게 할 만한 요소가 없었는지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
 
데뷔 후 최대 위기를 맞은 '국민 여동생'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아이유는 오는 21~2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에서 투어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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