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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GoGo)늦가을에 떠나는 경주로의 낭만여행
2015-11-12 06:00:00 2015-12-07 13:36:35
이제 가을이 얼마남지 않았다. 로맨틱한 추억에 흠뻑 젖어들고 싶다면, 경주로의 가을여행을 추천한다. 단풍이 곱게 물든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등을 돌아보며 가을정취를 느끼고, 어스름 해가 질 무렵이면 신라의 달빛을 밟으며 야경투어하기에 제격이다. 우리나라에서 야경투어를 비교적 먼저 시작한 곳 중 한 곳이 경주다. 경주는 영화 '신라의 달밤'의 흥행에 힘입어 이전의 주간 관광여행에 '달빛기행'을 테마로 한 야경투어를 가미해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천년고도 옛 서라벌에서 지나간 역사의 유적을 돌아보고, 신라의 달빛을 밟으며 로맨틱 야경투어까지 즐긴다면 떠나는 가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알맞게 익은 가을 햇살과 선선한 바람만으로도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 진다. 1박 2일의 여정으로 경주의 세계문화유산을 돌아보고, 달빛 흐르는 밤 서라벌의 야경을 돌아보는 여정이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이다. 경주의 역사유적지구는 모두 다섯 지구로 크게 나뉘는데, 도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박물관과 다름없다.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이 머무르는 곳마다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도시가 바로 경주다.
 
경주 신라달빛 야경투어(사진=이강)
 
완연한 가을, 경주로의 가을여행
 
만추에 접어든 가을, 신라 천년 고도의 옛 서라벌 거리를 걷는다. 경주는 터키 이스탄불, 일본 교토 등에 비견할 만한 우리의 대표적 천년 고도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주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수두룩하다. 삼국유사에는 옛 서라벌의 모습을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이라 기록하고 있다. 신라 서라벌의 대지를 가득 메운 절들이 마치 하늘의 별처럼 늘어서 있고, 거리마다 탑들이 늘어선 모습이 마치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떼만 같다고 표현한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천년 고도 경주의 모습을 예견한 듯한 은유적 표현이다.
 
지금도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유적지구로 남아 후손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다. 경주를 유적지구로 나누면, 신라의 옛 왕들이 누워있는 대릉원(大陵苑) 지구, 옛 신라 불교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황룡사지구, 천년 왕조 신라의 궁궐터인 월성(月城)지구, 왕경(王京)의 방어로 도시를 빙 두른 산성지구, 신라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南山)지구로 가름해볼 수 있다. 때문에 경주의 역사지구를 모두 둘러보기에는 3박 4일의 여정으로도 충분치 않다. 다행히 경주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경험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다녀갔던 덕에 낯설음이 덜하다. 역사유적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풍부해 미리 여행의 테마를 정하여 일정을 잡는다면 아쉬움이 없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서 경주의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대릉원과 불국사, 석굴암 등을 돌아볼 참이다. 노을이 질 무렵부터는 신라천년의 달빛기행으로 여정을 잡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감은사지, 경주양동마을과 남산, 감포 등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천년 고도, 신라의 시간을 따라서
 
경주 여행의 첫 걸음은 단연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불국사는 말 그대로 '부처님의 나라'를 뜻한다. 불국사는 석굴암과 함께 지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올해 20년을 맞이했다.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청운교와 백운교 등은 아름다운 불교문화의 집약이다. 대웅전 앞에 자리한 다보탑과 석가탑에는 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10.4m 높이의 다보탑은 정교하고도 수려한 자태가 압권이고, 석가탑(불국사 삼층 석탑)은 통일 신라 석탑의 표본으로 의연한 자태를 뽐낸다. 한국 석탑의 원형인 석가탑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진 다보탑을 마주하고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불국사를 돌아본다. 만추의 아름다운 불국사를 돌아보고 석굴암으로 오른다. 불국사가 자리한 토함산 위쪽에 바로 석굴암이 자리하고 있다. 동해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는 자리한 석굴암의 본래 이름은 '석불사'다. 화강암을 가공해서 만든 인공석굴인 석굴암은 우리민족의 석조 건축기술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하나의 건축물이기도 하다. 석굴암까지 마주하고, 왕들의 고분들이 누워있는 대릉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사진=이강)
 
지금의 경주는 고분들 사이에 들어선 도시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황남동의 고분들을 정비하며 만든 고분군이 바로 대릉원이다. 12만여평에 달하는 대지에 무려 23기의 고분들이 누워있는데, 왕의 무덤이 도시 한 가운데에 누워 있는 셈이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능과 능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옛 시간을 걷는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신라 지중왕의 능으로 추정되는 천마총이다. 천마총은 옛 신라 고분의 축조방법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의 필수코스다. 신라의 왕릉 구조와 출토유물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내부를 공개하고 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국립경주박물관까지 둘러볼 셈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천년의 축소판으로 천년 신라의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성덕대왕신종을 비롯한 10만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천년 신라의 보물들을 고스란히 모아 놓은 곳이니만큼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신라 달빛기행, 가을의 로맨틱 야경 즐기기
 
해질 무렵의 경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낮동안 경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면, 저녁을 먹고 가벼이 야경투어를 즐기는 맛이 또 일품이다. 낮 시간동안 석굴암과 불국사, 대릉원 등을 둘러보고, 저녁 어스름 무렵 화려하게 불을 밝히는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옛 신라 서라벌의 밤을 상상하며 길을 따른다. 노을을 머금은 하늘은 점점 붉게 물들고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은 상상으로 채워진다.
 
첨성대(사진=이강)
 
달빛기행의 시작은 임해전지다. 본디 세자궁으로 쓰였을 것으로 짐작하는 임해전지는 화려하다. 경주 동궁은 안압지 서쪽에 위치한 신라 왕궁의 별궁터다. 왕자가 거처하는 동궁으로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풀었다고 전해진다. 임해전은 별궁에 속해 있던 건물이며, 안압지는 신라 원지(苑池)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1980년에 임해전과 안압지를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압지는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보이게 한 곳인데, 신라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수학 여행의 필수코스였던 첨성대다. 첨성대는 선덕여왕 때 축조된 동양 최고의 천문대다. 가을밤을 흐르는 별빛 아래 조명을 받은 첨성대의 위용이 돋보인다. 가을이면 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과 야경투어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웅성웅성 모여 사진촬영하기에 여념이 없다.
사람들은 은은한 달빛을 따라 동궁과 월지, 첨성대와 월정교, 계림, 감은사터를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밤의 운치를 만끽한다. 만추의 가을에 떠나는 경주여행, 떠나가는 가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다.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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