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금융의 하나인 산업은행의 온렌딩 제도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시중은행 대출과 차이가 없어지거나 오히려 시중은행 대출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당국이 온렌딩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정책마저도 접근성만 늘렸을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온렌딩과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렌딩은 산은이 정책금융 자금을 공급하고 중개기관인 은행, 여신전문회사가 여신심사·대출·사후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대출 방식이다.
지난 2013년 온렌딩과 은행권의 자체 중소기업 대출상품(평균금리)간 금리 차이는 0.6%에서 지난해 0.4%, 올해 0.37% 등 매년 좁혀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내놓은 '기업은행·산업은행역할 강화'를 통해 산은의 온렌딩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을 중소기업의 경우 설립 2년, 매출액 5억원 이상에서 설립 1년, 매출액 3억원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문호를 넓혔다.
취급기관도 기존 시중은행과 산은캐피탈, 현대커머셜, 아주캐피탈 등 3개 여전사에서 모든 여전사로 공급범위를 확대했다. 소액 대출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시중 은행과 여전사를 적극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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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온렌딩을 통해 정책금융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유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중소기업 전용 대출 상품과 비교했을 때, 온렌딩이 금리면에서 우위를 가지기 힘들다고 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2년 전엔 정책금융 상품이 잘 나갔지만, 최근 들어 자체 대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졌다"면서 "산은을 통하지 않더라도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온렌딩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렌딩 금리가 자체 중기대출 상품보다 높은 탓에 차별성이 없다"면서 "6월 이후 공급받는 자금의 금리 변동이 없는 상황이어서 산은에 거듭 금리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여전사로 취급기관을 확대하더라도, 결국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편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이 중개기관을 늘리기 위해서는 여전사가 자발적으로 중개기관 계약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들 역시 금리 문제를 이유로 협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현재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주로 캐피탈 업계를 중심으로 중개기관 선정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제2금융권과 온렌딩 취급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다보면, 금리가 높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면서 "정책금융의 목적에 맞게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이어서 온렌딩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해 나갈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산은은 기존 은행 뿐만 아니라 신규 진입을 준비 중인 여전사에서도 금리 인하 요구가 잇따르자 금리 조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측은 "금리 경쟁력이 있어야 온렌딩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지를 살피고 있다"면서 "다만 시중 중소기업 대출상품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싼 금리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주무 부처인 금융위는 온렌딩 제도가 저금리 기조에서는 경쟁력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는 온렌딩이 금리 부문에서 메리트가 없다"면서 "다만 시설자금을 제외한 운영자금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보증료 부담이 없기 때문에 표면금리가 낮은 점을 충분히 상쇄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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