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후폭풍으로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내심 느긋한 곳이 있다. 바로 예산심사를 기다리는 정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경제부처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고시 확정 발표 이후 본회의를 포함한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결국 파행됐다.
예결위 김재경 위원장은 이날 일단 회의를 개의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청취한 뒤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계속 회의에 들어오지 않아서 차질을 빚을 경우 위원장으로서 국민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며 예결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에게 여야 간사 협의를 당부했다.
이후 여야 간사는 예결위 일정 진행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오후 2시경 '회의가 개시되지 않는다'는 예결위 공지가 전달되며 예정된 비경제부처 심사는 개시도 하지 못 하고 마무리됐다.
문제는 헌법과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등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이 내달 2일로 정해져있다는 점이다.
현재 예결위 소위 심사 전 상임위 차원의 예산안 예비심사가 끝난 상임위는 법사위, 정무위, 미방위, 국방위, 산자위, 국토위, 여가위 등으로 아직 의결이 안 된 상임위가 더 많은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증액 및 감액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 일정이 시작되는 9일까지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가 전달되지 않으면 예산안 조정소위는 상임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안을 토대로 심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예산안 조정소위 일정 역시 불투명한 것은 매한가지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예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야당의 예결위 참석을 촉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예결위 심사가 지연되면) 아무래도 정부안 중심으로 예산심사가 이뤄져서 정부측 입장이 반영되고 결국 정부측의 예산편성권이 존중되고 국회의 예산심의권한은 실종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는 있지만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도 대치 국면이 어느 시점에서는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회법 개정을 주도했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선진화법 취지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국정 수행 부문인 예산과 인사에 있어서는 야당이 발목을 잡지 못 하게 하는 것이었고 입법은 여야가 숙의를 거쳐서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예산안 심사에 관해서는 정부가 우위에 있음을 설명했다.
한 예결위 관계자는 “예산안을 2일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대명제가 있는 상황에서 여야 대립으로 예산안 심사기간이 부족해지면 정부로서도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증액 요구에 시달릴 시간이 줄어 내심 반기는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다음주 9일부터 가동 예정인 예결위 예산안 조정소위 위원 구성에 착수했다.
새누리당 한 원내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소위 위원 선임과 관련 "시도당별로 취합을 하고 있는 단계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예결위 관계자는 "(예결안 조정소위 배정을 원하는 의원들이) 이번 주까지 정부 대상 심사를 진행 중이니까 중간에 발표하기는 애매하고 금요일쯤 발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비경제부처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등의 심사가 예정돼있던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이 텅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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