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올려 서민 주머니 털더니 담배회사만 배 불렸다
담배 수요 회복으로 3Q 깜짝 실적…점유율도 상승세
2015-10-29 06:00:00 2015-10-29 09:33:30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호곤(30)씨는 최근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는 작년에 미리 사둔 담배를 아껴 피고 여름부터 금연을 시작했지만, 회식자리에서 '딱 한대만' 태우겠다는 것이 결국 그의 금연의지 전체를 무너뜨렸다. 이제 김씨는 예전과 같이 직장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한다. 그는 "이전보다 엄청나게 비싸졌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사게 된다"며 "독한 담배로 바꾸면서 작년보다 피는 양이 줄었지만 돈은 더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부를 제외한 최대 수혜자로 KT&G(033780)가 떠오르고 있다. 결국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시작된 담뱃값 인상이 담배 회사의 배만 불려준 꼴이다.
 
28일 KT&G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담배시장 총수요는 올해 1분기 126억본(개비), 2분기 181억본, 3분기 203억본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1분기 35.1% 감소했지만 2분기 19.2% 감소, 3분기 17.1% 감소 등 그 격차 역시 좁혀지고 있다.
 
국내 총수요의 회복은 ▲일시적 금연자의 흡연자 전환 ▲흡연자들이 작년 3~4분기 구매해뒀던 담배 여유분 소진 ▲신규 흡연자 증가 등의 요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담뱃값 인상으로 일시적인 금연 열풍이 불기는 했지만 다시 이전 흡연율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총수요 증가에 맞춰 KT&G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사업자에게 판매한 '내수 판매량' 역시 늘고 있다. 1분기 71억본 까지 떨어졌던 판매수량은 2분기 106억본, 3분기 120억본까지 상승했다. 전년대비 감소분 역시 1분기 41.4% 감소, 2분기 23.8% 감소, 3분기 20.5% 감소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점유율 또한 회복세다. KT&G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작년 4분기 63%에서 올해 1분기 56.6%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분기 58.5%, 3분기 59.2%를 기록하며 60%선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내수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는 것에 더해 해외 수출까지 급증하면서 3분기 KT&G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하는 것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6.1% 증가했다. KGC인삼공사까지 더한 연결 기준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 12.6% 상승했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 이어지며 현재 KT&G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52주째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KT&G의 국내 제조 담배 매출액은 역기저효과에도 전년동기 대비 6.9% 감소에 그친 4804억원이 예상된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ASP 상승분(12%)이 시장 수요 감소(13%, 예상치)를 대부분 상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내년 정부의 담배 세수가 12조60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직전인 지난해(6조7425억원)과 비교해 5조8659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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