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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모바일·가전·통신…스마트홈 주도권 경쟁 치열
2015-10-28 12:33:52 2015-10-28 12:33:52
스마트홈 시장은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음에도 아직 절대강자가 나타나지 않은 분야다. 모바일 및 가전제품 제조사는 물론 통신사, 인터넷 업계 등 거대 산업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에너지, 보안 등 가정과 접점을 갖는 모든 분야의 사업자들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최근 발간한 ‘스마트홈으로 차세대를 꿈꾸는 기업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차세대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스마트홈은 글로벌 ICT 사업자들이 다양한 신산업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는 사물인터넷(IoT)의 시작 격이며, 커넥티드카와 스마트팩토리 등을 거쳐 궁극적으로 스마트시티로 나아가는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래혁신산업 분석기관 WTVOX는 IoT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0곳을 선정했는데, 이미 21억달러의 매출을 내며 IoT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한 인텔이 1위로 꼽혔고 삼성전자(005930)와 구글이 나란히 2위, 3위를 차지했다. 4위와 5위는 각각 IBM과 아마존이 이름을 올렸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IoT의 핵심 중 하나인 거실과 주방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며 “단발성으로 진행되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복합적이고, 융합·연결되고,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소비자가전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기반으로, LG전자는 웹 OS(운영체제)를 중심으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지만 이 두 기업은 OS가 취약해 이를 통한 가전 연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된다. 가전 분야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단점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허브 센서 제조업체인 ‘스마트씽스’와 같은 기업을 인수했으며, LG전자는 4가지 센서를 내장한 원형 탈부착식 ‘스마트씽큐 센서’를 공개하는 등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중국의 하이얼이나 GE, 필립스 등의 업체가 가전제품을 통해 스마트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대륙 최고의 스마트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샤오미는 TV, 에어컨, 공기청정기, 정수기, 체중계, 미밴드를 넘어 배터리, 전구 등 액세서리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네트워킹이 되고 자사 스마트폰과 연결되며 대부분 가정용이라는 점이다. 마치 애플의 서비스 전략처럼 자사 제품에 같은 UI·UX(사용자 환경·경험)를 제공해 제품 간 연결과 서비스의 통일성을 꾀하는 것이다. 나아가 샤오미는 최근 타사 제품까지 포함하는 개방성을 드러내고 있다. 최 교수는 “다량의 제품이 팔린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제품의 연결과 조합"이라며 "타기업 제품과의 연동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WTVOX 평가 10위에서 올해 3위로 올라선 구글은 가장 강력한 스마트홈 사업 의지를 가진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초 가정용 온도조절기 스타트업인 ‘네스트’를 32억달러에 인수하며 가정용 데이터 허브 전략의 구심점으로 삼았는데, 이는 IoT 분야의 모범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뒤이어 가정용 CCTV 기업인 ‘드롭캠’과 스마트홈 플랫폼 분야 강자인 ‘리볼브’를 인수했다. 이처럼 구글은 막강한 OS 장악력과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다양한 중소 협조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기업 간 결속력과 제품에 대한 노하우는 보완해야 할 과제다.
 
구글과 더불어 아마존, 애플 등의 기업은 단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 가장 강력한 플랫포머로서의 위치를 점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마존은 아직 스마트홈보다는 전자상거래 매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애플은 뛰어난 고객 충성도와 협조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조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처럼 글로벌 ICT 분야의 공룡 기업들이 자사 강점을 내세워 스마트홈 시장 선점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네스트의 스마트 온도조절기는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의 예측 가능성을 뒤흔들어놨다. 수많은 회사들이 가정의 셋톱박스, 스마트TV, 냉장고 등을 스마트홈 허브로 내세웠지만 오히려 온도조절기야말로 어떤 방에도 부착될 수 있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TV는 가정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일반 사무실이나 상업적 공간에서 냉장고, 셋톱박스 등은 필수 제품이 아니다.
 
네스트 온도조절기 등장 이후 지난해 북미와 유럽에서는 320만대의 스마트 온도조절기가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100% 성장한 수준이다. 시장조사 업체 버그인사이트(Berg Insight)는 북미와 유럽에서 해당 시장이 5년 간 평균 6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애플 역시 지난 6월 에코비3를 통해 애플 홈킷을 지원하는 온도조절기를 출시했다. 애플 홈킷은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가전 제품을 iOS로 제어하는 스마트홈 플랫폼이며, 에코비3는 별도 허브 장치 없이 홈킷과 연동되는 유일한 제품이다.
 
이처럼 온도조절기가 TV,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보다 앞서 스마트홈 허브로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향후 시장을 주도할 제품 및 기업에 대한 예측이 더욱 복잡해진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KISA의 ‘스마트홈 산업 트렌드 및 전망’ 보고서에서 “스마트홈 최초의 킬러 앱으로 볼 수 있는 온도조절기 시장을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제2, 제3의 킬러 앱도 신생 스타트업의 주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스마트홈 허브 및 홈 시큐리티 제품군이 그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관계를 맺고 있는 통신사나 케이블TV 업체, 보안회사, 전기 및 가스회사 등이 더 친숙한 스마트홈 업체가 될 수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홈 제품과 서비스 제공에 유력해보이는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엑스피니티(Xfinity), AT&T, ADT가 나란히 1~3위에 오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교수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을 기술 스타트업이나 기존 인터넷, 전자 업계가 주도할지, 고객 관계라는 기득권을 가진 통신사, 케이블TV사, 에너지, 보안회사가 주도할지는 2015년 현재로서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5’에서 스마트홈 전시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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