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절 악법 '국가모독죄' 폐지 27년만에 위헌
2015-10-21 17:04:32 2015-10-21 17:04:32
대한민국이나 헌법상 국가기관을 모욕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형법 국가모독죄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1일 서울중앙지법이 장편시 '노예수첩' 시인 양성우씨의 신청을 받아 제청한 구 형법 제104조의2 국가모독죄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민들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을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국가나 국가기관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진상을 밝히거나 국정을 홍보할 수 있고, 허위사실 유포나 악의적인 왜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통해 획일적으로 국민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안전ㆍ이익이나 위신을 지키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추어 볼 때, 해당 규정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므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양씨는 고교 국어교사 시절인 1977년 한 일본 한 잡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의 장편 시 '노예수첩'을 발표했다가 국가모독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징역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2년여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1979년 건강상의 이유로 가석방됐다.
 
양씨는 2012년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자신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규정이었던 국가모독죄 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국가모독죄는 내국인이 국외에서 국가와 국가기관을 모욕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유신 시절인 1975년 3월에 만들어진 뒤 1988년 폐지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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