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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허덕이는 대한민국…기업부채, 경제위기 뇌관으로
지난해 기준 기업 총부채 2000조…MB정부 들어 폭증
2015-10-14 09:10:00 2015-10-14 09:10:00
대한민국이 빚더미에 올랐다. 국가와 가계가 짊어진 빚이 각각 1000조원이 넘는 가운데, 민간기업의 부채도 20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경제주체들이 빚에 허덕이면서 대내외 충격을 견딜 체력은 바닥났다.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이유다.
 
<뉴스토마토>가 한국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 통계청, 금융감독원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국내 민간기업의 총 부채는 1918조744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1485조960억원)의 1.3배에 달했다. 가계부채(1085조2590억원), 국가부채(531조1000억원·공기업 포함 1125조2000억원)를 더할 경우 빚만 4000조원을 넘는다. 특히 기업부채는 총량은 물론 증가 속도도 국가 및 가계부채를 압도한다.
 
이 같은 기업부채는 역설적이게도 기업에 힘을 실어줘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정부 때부터 폭증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각종 기업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수백조원대 돈을 시장에 푸는 등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치중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이명박정부의 기업대출 증가율(50.6%)은 참여정부(40.5%)보다 10.1%포인트, 기업부채 증가율(51.1%)은 무려 13.9%포인트 높았다. 박근혜정부의 지난해 기준 기업대출 증가율 역시 41.4%로, 참여정부 평균을 상회한다.
 
결과는 참혹했다. 기업은 금융 지원과 법인세 감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각종 혜택을 받고도 투자는커녕 곳간을 쌓는 데만 열중했다. 과거 한국경제를 멍들게 했던 문어발식 확장이 재연됐으며, 골목상권 침해 등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들만 쫓았다. 장담했던 낙수효과는 었다.
 
그 사이 영업활동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했다.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수익 저하는 부채 누적이라는 악순환을 낳았다. 지난해 기준 수익을 내고도 이자비용을 못 갚는 법인기업이 3300여곳에 달하는 데다, 10대그룹 중에서도 GS와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4곳이 이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4곳을 포함해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도 2011년을 기점으로 매출보다 부채가 더 늘었다. 
 
이처럼 기업부채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자 시중 은행들은 돈 풀기를 주저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 대한 시중 은행들의 대출태도 지수는 2013년 1분기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금융권이 기업의 부실화를 먼저 체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압박이 없다면 돈줄이 마를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기업의 부실이 스스로 감당치 못할 지경에 이를 때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부담은 온전히 국민 혈세로 메워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정부가 부실기업 구제를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만 168조6550억원이다. 이중 회수된 금액은 107조2540억원으로, 63.6%에 그친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기 부양에 목을 맨 정부는 기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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