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급증한 기업부채의 원인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친재벌 정책 탓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부채를 해결할 대책을 진즉 내놓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재벌 눈치만 보느라 실기해 부채가 계속 늘었다는 주장이다. 기업부채는 가계부채와 더불어 국가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로 자리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월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의 일문일답.
-2014년 기준으로 기업부채가 1900조원을 넘었다. 가계부채의 두 배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다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오면서 부채가 폭증했다. 이 시기 기업부채가 증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외적 요인이든 국내적 이유든 경제 상황이 안 좋아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일 방안이 마련되고 상황이 심각한 부실기업들은 정리됐어야 하는데, 때를 놓치니까 부채가 계속 늘어났다. 지금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가고 있다.
-정부는 기업부채를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으로 치부하며 애써 외면하는 대신, 오히려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완화 등 재벌 편향적인 정책만 펼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오인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 또한 잘못 보고 있다. 일례로, 기업 경영이 어렵고 부채가 늘어난 원인을 고용구조에서 찾고 있다. 재벌 편향적인 정부 정책은 구조조정 기업의 주채권은행이 정부 소유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부는 기업부채가 시장문제라고 하더니 재벌 눈치 보느라 그들 부채문제까지 다 떠안았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 적신호인 가운데, 기업부채는 GDP 대비 120%를 넘어섰다. 추세 또한 가파르다. 그럼에도 한국은행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기업부채 규모를 파악해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데 그친다. 기업부채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정책순위에서 멀어졌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이자보상배율 자료를 보자. 최근 몇 년간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이런 부실기업들은 심각하게, 그리고 매우 신속하고도 정밀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을 때 '내년에는 좋아지겠지,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하면서 낙관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했다.
당시 위기를 놓고 저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이 이번 위기는 단기적인 위기가 아니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상황 진단을 잘못한 채 경기부양한다고 엉뚱한 대책만 내놨다. 미국 위기 따로, 유럽 재정위기 따로 보면서 독립적인 사건으로 치부했다. 기업은 정부 말만 믿고 있다가 위기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했다.
-기업부채 문제가 심화되면 부실기업 문제를 낳고, 이는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그간 부실기업 구제에 공적자금 168조원을 투입했으나 회수율은 60%대다. 재벌은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을 비축하지만 부실기업 구조조정 부담은 정부가 전적으로 떠안았다.
▲재벌은 구조조정이 안 되는 구조다. 재벌이 빚이 커지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정리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도 부실기업에 대해 정리를 하라는 식으로 나서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다 재벌 눈치 보느라 이런 게 제대로 안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 기업 부실화는 누적되고 빚도 쌓이고 그게 한방에 터지면 외환위기처럼 된다.
지금까지 168조원만 투입했고 거기서 60%라도 회수한 걸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문제는 지금 구조조정 기업들을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다 떠안았는데, 그럼으로써 생기는 손실은 어떻게 처리하나. 부실기업을 책임진 우리은행하고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일에도 이미 상당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