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가입해 무역규범 받아들여야” vs “기존 FTA로 충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한국 가입’ 문제, 전문가들 견해 크게 엇갈려
2015-10-06 17:07:34 2015-10-06 17:36:22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 타결되면서 과연 한국도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6일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력히 지지했던 일부 전문가도 TPP 참여에는 반대하는 등 복잡한 구도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일본·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TPP 참여국들과 이미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이기 때문에 TPP에 가입한다고 해서 한국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박태호 교수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과 무역이 보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TPP에 가입해야 한다”며 “양자 FTA를 통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것을 수출할 때에만 이익을 보지만, TPP에서는 원산지가 통합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12개국 어디에서 생산하더라도 미국, 일본, 멕시코 등 회원국 시장에 특혜를 받고 수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TPP 가입을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글로벌 무역체제의 규범을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무역자유화는 도하라운드협상이 실패에 직면해 있는 등 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그 대안으로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지역무역협정(mega-FTA)을 추진하는 것이 최근의 대세이고, 그 첫 사례가 TPP이다. 이처럼 TPP는 앞으로 국제 무역체제에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TPP 가입을 위해 정부가 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은 12개 참여국에서 빠진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앞으로 TPP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며 “그보다 먼저 조급하게 들어가려고 하면 우리 협상력만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에 문호를 개방할 때에 맞춰서 우리도 가입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새로 가입할 때까지, 그리고 협정이 이행될 때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며 “우리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세우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TPP 가입에 대비하는 조치에 대해 박 교수는 “일본이 TPP에 합의하면서 농·축산물을 더 개방하는 쪽으로 약간 양보했다”며 “얼마나 양보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서 만약 우리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쌀과 소고기 등을 더 개방해야 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영기업 민영화나 노동·환경 문제,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 TPP에서 새롭게 요구하는 규범들이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그 부분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며 “사실상 한·일 FTA를 체결한 효과가 나는 것이어서 한국 자동차 부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신대 국제관계학부의 이해영 교수는 “일본·멕시코 외의 TPP 참여국들과는 모두 FTA를 맺고 있는 우리가 TPP에 가입하면 사실상 한·일 FTA를 맺는 것”이라며 “그러나 자동차, 기계, IT 등 제조업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얻을 것이 없는 협정이므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TPP 가입으로 새로운 국제 무역규범을 선도할 수 있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한·미 FTA를 체결하면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규범을 받아들였다”며 “TPP를 통해 추가적인 규범이 온다면 우리 산업에 부담만 더 줄뿐 실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TPP 원산지 통합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반론을 폈다. 그는 “원산지 규정이 워낙 복잡해서 원산지 통합으로 이익을 얼마나 얻을지 계량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원산지 문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이미 체결된 수십개 국가와의 FTA를 통해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국 경제의 규모와 체질은 원산지 규정을 통한 ‘부스러기 돈’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정도가 이미 아니다. 기술혁신을 통한 품질 경쟁력으로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이 TPP를 통한 ‘아시아 중시’라는 지정학적 전략을 펴는 데에 동맹인 한국이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에 대해 이 교수는 “왜 경제 문제에 동맹과 안보라는 정치 논리를 끌어오는지 모르겠다”며 “그 논리대로라면 중국 입장에서는 뭐라고 생각하겠나? 한쪽 측면만 보는 주장이다”라고 비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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