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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 없는 '눈치 야근'…잃어버린 노동시간
고용부 "자발적 야근 인정 못해"…장하나 "초과수당 정상화해야"
2015-10-01 16:08:07 2015-10-01 16:08:07
대기업 계열 캐피탈 회사에 다니던 40대 초반의 A씨는 야근이 잦았다. 100% 상대평가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승진에 반영하는 회사였다. '칼퇴근'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연장근로수당은 월급에 포함돼서 나오는 20시간까지만 반영됐다. A씨는 2011년 7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에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진정을 넣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자발적으로 근무한 경우에는 지급 의무가 없다"였다.
 
승진과 성과급에 묶여 '눈치 야근'을 해도 별도의 지시가 없었다면 초과근무로 볼 수 없다고 고용노동부가 판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연장근로수당을 미리 정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로 직장인들이 노동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최근 5년간 신용카드 업계 고용노동부 진정사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행정 처리된 문서를 찾아냈다. 장 의원은 "고용노동부 논리대로라면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돈을 못 받는 '자발적 야근'을 스스로 하고 있는 셈"이라며 "상사에 의한 상대평가로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 비율이 높은 탓에 칼퇴근은커녕 '눈치 야근'을 하는 직장인 현실을 고용노동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일한 회사는 한 달 20~30시간에 이르는 연장근로를 포괄임금제로 의무화하고, 출퇴근 시간을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 포괄임금제는 실제로 일한 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달 일정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기본급 등에 수당을 포함하는 형태다. 임금에 초과근로수당이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은 당연시된다. 임금이 고액처럼 비치는 '착시효과'도 일어난다. 장 의원은 "포괄임금제는 초과근로를 측정하기 어려운 사업장에서만 예외적으로 사용돼야 하는데도 연장·야간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기형적 임금 체계는 노동시간 단축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월급 도둑질'의 대표 사례"라고 비판했다.
 
앞서 장 의원은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제 도입, 포괄임금계약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발의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눈치 야근을 해서 잃어버리는 노동시간을 되찾고, 초과수당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일한 만큼 정당하게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혀야 한다"며 "고용노동부의 무성의한 행정을 철저히 바로잡고,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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