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방전으로 이산가족 상봉 ‘난기류’
박 대통령 유엔 연설 두고 ‘설전’
2015-09-30 13:23:51 2015-09-30 13:23:51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난하며 ‘이산가족 상봉이 위태로워졌다’고 경고하고, 이에 정부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 등을 일방적으로 왜곡·비난하고, 특히 남북 고위급접촉의 합의 사안이자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도 ‘위태롭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8·25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정치·군사적 이유로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9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남조선 집권자가 밖에 나가 동족을 물고뜯는 온갖 험담을 해대는 못된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유엔 무대에서 또다시 동족대결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놓는 극악한 대결망동"이라며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28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을 비판하고 북한 인권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미 북한은 지난 23일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와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둘러싼 신경전까지 겹치면서 상봉 행사가 실제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북한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경우 남북관계가 8·25 합의 이전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한 대화 제의 등 북한을 설득해 보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8·25 합의의 주역인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해외 출장을 떠나면서 8·25 합의 제1항에 있는 당국회담 개최는 당분간 어려워졌다. 홍 장관의 출장은 독일 통일 25주년 행사 때문인데, 로켓 발사를 단념시키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한 대북 설득이 필요한 시기에 꼭 가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대북 압박 외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다. 외교부는 “3국 외교장관은 만약 북한이 6자회담 참가국 및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도발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 이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서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제재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한·미·일의 압박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로켓 발사 준비에 실제 착수할 경우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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