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앞으로 직장생활을 20년 이상 더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한 가운데 평균적으로 70년 이상 살 확률이 높다. 이제 은퇴 후 행복한 노후를 위해 이른바 '노(老)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테크의 핵심은 재산증식과 여가활용이다. 재산을 모으기 위해서는 재테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휴(休)테크다. 즉 긴 노후 여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여기에도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번주 해피투모로우에서는 은퇴 후 앞으로의 '행복한 40년'을 위한 휴테크 전략을 집중적으로 모색해 본다. (편집자)
우리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건강하고 활력있는 노후생활을 위한 여가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100세 시대 은퇴 후 여가 시간이 급격하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떻게 여가를 보낼 것인지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여가시간 대부분을 그저 휴식과 같은 수동적인 활동으로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은퇴 전까지 30년을 비슷한 직종, 같은 분위기 내에서 일해 오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현역시절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 후 1년은 내 몸에 뿌리박혀 고착화 돼 있는 습관을 벗어버릴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인 셈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이 기간을 거치지 않고서는 새로운 일에 뛰어들어도 실패를 반복하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실패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급증이라고 지적한다. 섣불리 뛰어들어 실패를 거듭하기 보다는 1년의 시간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휴식하는 게 꼭 필요하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놀자"
베이비 부머들이 줄줄이 직장에서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놀 줄을 모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한 ‘도시지역 50대 장년층의 여가생활 실태’에 따르면 절반 이상(52.3%)이 낚시 등산 등 활동적인 스포츠나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에 한두 번 이상 바깥활동을 하는 비율은 22.7%, 한 달에 한두 번은 15.2%에 그쳤다.
베이비 부머들은 자기계발과 사회참여에도 아주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 1~2회 이상 교양강좌 같은 자기계발을 한다는 응답은 불과 3.1%였다. 월 1~2회 한다는 응답도 7.9%로 매우 낮았다. 자기계발을 ‘거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3.5%에 달했다.
대부분은 30년이란 긴 세월을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사연 관계자는 “여가활동이라고 하면 보통 특별한 이벤트를 떠올리는데 그게 아니라 일상에서 내가 즐거워하는 모든 것이 여가활동”이라고 말했다.
어느 퇴직 교장은 하루에 꼭 한번은 아파트 앞에 핀 꽃이 너무 예뻐 가만히 그 꽃을 오랜 시간 바라보곤 한다. 또 찬찬히 신문을 읽는 일이나, 창업박람회를 둘러보는 것도 여가활동의 하나다. 그저 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이면 충분하다.
"함께 놀아야 더 재밌다"
은퇴 후의 삶에 있어서는 나와 함께 공감해 줄 사람, 바로 ‘인맥 네트워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 외에 1년 간의 휴식을 통해 새로운 인맥을 쌓는 것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도전해 보고 싶은 무언가’가 떠올랐다면 그대로 놀면 된다. 다만 ‘혼자 놀기'보다는 ‘함께 노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에는 의지만 있다면 밖에 나가 새로운 여가활동을 배울 수 있는 곳도 많다. 각 자치단체에마련된 노인종합사회복지관이 대표적이다. 각 구청사이트에 들어가면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동주민센터’도 많다.
자격증 코스를 생각한다면 문화원도 괜찮다. 20만원 이상으로 수업료만 지불하면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젊은 열기를 느낄 수도 있다. 이밖에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기에는 백화점 문화센터도 모자람이 없다.
"명함을 만들어 존재감을 확인하자"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261시간이다. 하지만 정년 후 여유시간은 이보다 훨씬 긴 8만 시간으로 현역시절 36년 동안 일한 것과 맞먹다. 이렇게 긴 시간을 어떻게 살면서 보내야 할지는 매우 중요한 인생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새로운 분야에 자신감이 생겼다면 의미 있는 ‘세컨드 커리어’를 가꾸기 위해 명함을 만드는 것도 좋다.
마술을 배워 자원봉사활동을 다니는 한 퇴직공무원은 명함 뒤에 일러스트레이션까지 넣어 자신을 홍보한다. 20년간 주말 농장을 운영하다 원예상담사로 활동하길 원하는 퇴직자는 명함에 “주말농장&원예상담”이라고 자신만의 직업을 새로 만들어 넣은 경우도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관계자는 “어느 직함, 어느 조직에 속해야만 명함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를 표현하는 측면에서 명함이 중요하다”며 “1년 동안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명함을 준비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노인들의 여가 선용과 건강을 위한 게이트볼 대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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