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법 개정안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한 지 2년이 지나도록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롯데 사태로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도, 정부가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최근 공개한 '상법 개정안 입법예고 관련 답변서'에서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은 경제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해관계자들과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달 27일 법무부에 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법무부가 지난 2013년 7월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도 국회에 발의하지 않으면서다.
상법 개정안은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가운데 하나다. 개정안에는 재벌 총수 일가로부터 독립된 이사를 선임하고, 주주의 감시·견제를 강화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직후인 2013년 8월28일 박 대통령은 재벌 총수와의 회동에서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동시에 상법 개정안도 흐지부지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이 법제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법무부는 법제처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법안 심사를 신청도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참여연대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입법예고 이후 단체·기업으로부터 4건의 의견이 제출됐고, 이를 반영해 결과를 통지할 예정"이라며 "입법예고와 2차례에 걸친 공청회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출돼 개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법무부가 발의 계획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면피성 답변만 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이 과연 박 대통령 임기 안에 발의될지, 발의되더라도 애초 공약에 충실한 형태로 이뤄질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롯데 사태가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국민적 공분을 샀는데도 법무부의 현실 인식은 안이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법무부가 서둘러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법무부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지 2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발의하지 않은 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6월16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 주최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우윤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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