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방이 TV를 점령했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추세다. 케이블 요리 채널이 배출한 요리사들은 공중파 예능까지 요리하며 셰프테이너라는 별칭을 얻었다. 쿡방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요리는 살림이 아닌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처럼 요리는 예능 콘텐츠와 일상의 정서가 점점 가까워지는 시대에 누구나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었다.
쿡방은 먹방의 정서적 접근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새로운 예능 콘텐츠였다. 그래서 오늘날 대세가 되기까지 쿡방은 각기 다른 전략과 취향으로 뿌리를 뻗어왔다. 가장 먼저 요리 채널이란 정체성을 확립한 올리브TV는 요리를 쿨한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했다. 2011년부터 샘킴, 레이먼드킴, 강레오 등 해외 경력을 가진 셰프들을 집중 소개했으며 2012년 시작된 '마스터셰프코리아'를 기점으로 해외파 스타셰프의 시대를 열었다(당시 국내파인 최현석 셰프는 라이벌 채널인 푸드TV에서 활약했다). 그후 레시피쇼인 '올리브쇼'를 통해 방송이 가능한 셰프를 꾸준히 발굴해내, 오늘날 셰프테이너의 시대를 뒷받침한 ‘팜시스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등장한 '냉장고를 부탁해'('냉부')는 요리 경연에 스포츠 중계의 요소와 예능적 장치를 도입해 대히트를 기록했다. 근사한 요리를 소개하는 레시피 쇼의 콘셉트에 일상성을 더하는 것으로 변주를 주었으며 케이블 요리채널에서만 활약하던 셰프들이 예능으로 점프하는 발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름 자체가 브랜드이자 콘텐츠인 백종원은 간단하고 싼 재료로 누구나 해먹을 수 있는 레시피를 통해 일상성을 중시하는 쿡방에 간편함 한 스푼, 서민의 정서를 푸짐하게 쏵 얹으며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확고한 영향력을 갖췄다.
그런데 이런 흐름 끝에 대세가 됐지만 대세가 이어질만한 새로움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쿡방은 늘어났지만 새로운 콘셉트나 인물을 발굴하는 노력 대신 기존 방송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반복한다. 공룡과도 같은 입장이 되어버린 공중파 방송사들은 '해피투게더', '인간의 조건3',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 '백종원의 3대천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쿡방을 반복 재생산하면서 메이저로 입성 및 발전이 아닌 서로 질리는 공멸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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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냉부'와 케이블 요리채널 셰프들을 그대로 공수하는 중인 '해피투게더'는 이번에 새 단장을 하면서 아예 '냉부'의 간판스타 김풍을 MC로 영입했다. 케이블 '한식대첩'으로 인지도와 호감을 끌어올린 백종원은 '마리텔'과 겹치는 콘셉트의 '집밥 백 선생'에 이어 특유의 서민적 정서를 다시 한번 반복하는 '백종원의 3대천왕'을 시작했다. 가장 선배격인 '올리브쇼'는 쿡방의 시대를 맞이해 4년 만에 재단장을 했는데 시간제한과 대결 구도 등의 새로운 설정은 후발주자인 '냉부'의 콘셉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연복 셰프를 비롯한 출연진이 겹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앞뒤가 없어졌다.
손수 간단하게 집에서 건강하게 해먹자고 시작한 쿡방이지만 새로운 메뉴 개발은 등한시하고 유행하는 것들만 체할 지경으로 공급과잉 되고 있다.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물린다. 아무리 맛있고 근사한 음식이라도 익숙해지면 그저 그런 한 끼 때우기 위한 식사가 되고 만다. 이런 식의 발전 없는 확대는 결국 대세가 된 쿡방을 스스로 질리게 만들 것이다.
김교석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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