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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본 더블에이 부회장 "친환경·지속가능 비즈니스모델 기반 경영 지속할 것"
2015-09-24 10:40:28 2015-09-24 10:40:28
제지산업하면 친환경적인 면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를 베야 하고, 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쓰이는 화학약품으로 인해 폐수가 생성되는 과정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변화센터 리더십프로그램 강연에 다름아닌 제지회사 관계자가 등장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6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띠라윗 리타본 더블에이 제지사업부 총괄 부회장(58)은 석유나 석탄이 아닌, 공정과정에서 나온 목재잔해를 쌀겨와 혼합한 원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공정과 동남아지역 내 농민들이 농지 사이 자투리공간(칸나)을 사용해 심은 제지용 '페이퍼트리'를 공급받는 '칸나 모델' 등에 대해 설명했다.
 
띠라윗 리타본 더블에이 부회장. 사진/더블에이
 
강연에 앞서 기자를 만난 그는 이번 강연에 대해 "지난 1991년 설립 후 지속적으로 회사가 보여온 친환경경영 행보에 대한 관심이 환경관련 비정부기구의 초청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축적하고 있는 환경솔루션이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더블에이는 인공저수지에서 취수한 물로 펄프를 세척한 후 압착한 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염소를 사용하지 않고 다이옥신도 방출하지 않는 표백공정을 채택하고 있으며 오염된 물은 효소 정수시스템을 통해 정화한다.
 
아울러 필요한 나무를 얻는 과정에서도 자연림을 베지 않는다. 대신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논과 논 사이의 자투리땅(칸나)을 이용해 기를 수 있는 페이퍼트리 묘목을 분양하고 3~4년 후 매입하는 식으로 나무를 확보한다.
 
논과 논 사이 자투리땅(칸나)에 페이퍼트리가 심겨져 있는 모습. 사진/더블에이
 
리타본 부회장은 "비어있는 땅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환경을 훼손하지 않음은 물론 각 농가가 10% 가량의 추가소득을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해당 금액은 농부들이 자녀양육이나 주택구입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목이나 통나무 운반 등의 공정에서도 추가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점은 친환경 경영과 결합,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수익까지 거두는 공유가치창출(CSV)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질 또한 좋아야 한다는 것이 리타본 부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프린터·복사기에 걸림현상을 막기 위한 부드러움 정도와 선명한 인쇄가 가능한 벌크성(종이가 얼마나 두꺼운지를 나타내는 표현) 등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경쟁업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종이가 비치지 않아 양면인쇄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사 비교 품질테스트도 3~4개월마다 진행해 제품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장점들이 알려진다면 가격이 다른 제품들이 비해 30% 가량 비싼 점도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소비자들에게 '우리는 고품질의 종이를, 환경친화적인 공정을 통해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블에이의 이같은 노력이 국내 다른 제지회사에게도 좋은 메시지로 작용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02년 더블에이가 한국시장에 진입한 후 토종 제지업체들이 생산한 제품들의 질도 높아졌다"며 "한국시장의 양적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가격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고품질의 종이를 제공해 시장의 가치를 함께 높여가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타본 부회장은 친환경 바람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는 재생용지 생산·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그 목적이 환경에 피해를 덜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용지라고 하더라도 종이 질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나무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수거된 종이를 펄프로 바꾸는 과정에서 흑백잉크를 빼내는데 투입되는 화학약품과 추가로 사용되는 에너지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블에이가 고수하고 있는 친환경 공정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가겠다"고 언급했다.
 
호주에서 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년 이상 다국적 주류·통신·광고회사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해오던 그는 지난 2005년 더블에이에 합류했다. 그는 "1박 2일 일정의 방한 후 태국으로 돌아간 다음 주말에는 다시 유럽출장이 계획되어 있다"며 "신규시장도 많아지고 잠재적인 파트너사도 많이 만나야 하는 만큼 바쁘게 살 수밖에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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