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 아니라 요란한 혁신적 내홍을 보여주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눈길을 끌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는 쪽은 오히려 여권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이은 공동보도문 채택, 중국 전승절 참석 등 외교안보 행보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뛰었다. 노동계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한국노총까지 포함된 노사정 테이블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안)’도 도출됐다.
10월에는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아마 한동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계속 할 것이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박 대통령은 또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지난 주 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대구를 방문했다. 서문시장에선 시장 상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시장 신발가게에서 구두도 샀다.
높은 지지율의 현직 대통령이 지역을 방문한 자리였지만 현역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옆에 설 수가 없었다. 대신 안종범 경제수석,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TK 출마 청와대 후보군들이 그 자리를 메꿨다.
대구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유승민 의원 뿐 아니라 다른 현역 의원들도 노골적 신호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검찰의 포스코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포항 지역구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영포(영덕-포항)라인’이 다 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혹이 해소될 때까지 수사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 복용 보도가 이런 흐름에 화룡점정 격이다. 대구-포항-PK를 포획하는 그림이다.
물론 청와대가 이런 일련의 흐름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청와대가 충분히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각인시키면 효과는 120%다.
대구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았을 때 “우리보다 소통이 못하다”고 비꼬던 MB측도 마찬가지다. 김무성 대표? 역시 ‘말 없는 남자’가 됐다.
그리고 친박 핵심으로 박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내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언론에 입을 열었다. "김무성 대표 지지율로는 차기대선 어렵다", "친박중에 차기대선에 도전할 사람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TK 의원들, 현지분위기는 매우 힘들다"
‘유승민 다음은 김무성이라더라’는 세간의 예측을 노골적으로 추인해준 발언으로 비영남권 의원들에게도 ‘어느 줄에 설 것이냐’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수도권 의원들은 ‘기세 등등한 청와대 앞에서 딴 소리 삼가면서 일단 공천을 받고 총선을 치러내느냐’ 혹은 ‘당장은 대통령 기세가 높지만 총선, 특히 수도권은 다르다. 게다가 청와대 자장 하에서 대선을 치르면 필패다’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
그런데 이 고민은 야당과 상관지수가 높다. 야당이 이대로 갈 가능성이 높고, 실질적 위협이 되지 못한다면? 대부분 전자를 선택할 것이란 이야기다.
박 대통령의 권력운용은 보는 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할 정도다. 그런데 당청관계의 축인 여당이 이런 식으로 ‘포획’되는 걸 바라보는 마음이 좋진 않다. 이런 권력운용은 결국 독으로돌아올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선 대통령의 일방적일 수 있는 행보를 여당이 먼저 한 번 거르고 야당이 두 번째로 걸러내기 마련이다. 첫 번 째 체와 두 번째 체가 모두 망가지면 쌀의 모래와 뉘는 어떻게 거른단 말인가?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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