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 북핵 해결의 로드맵으로 6자회담 최고의 성취인 9·19공동성명이 오는 19일 채택 10주년을 맞지만 6자회담이 처한 현실로 인해 초라한 기념일을 맞게 됐다.
미 국무부는 최근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가 물러나고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그 자리를 겸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1일 “사일러 특사는 파견된 지 거의 1년이 다 돼 원래의 부서(국가안보국)로 복귀했다"며 “이는 일상적인 순환 인사의 하나로 대북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사일러가 물러난 자리에 후임을 별도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6자회담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재확인시켜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부의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밑에서 북한 관련 업무를 맡아 온 사일러 특사는 한국에서 오래 살아 한국말에 유창하고 북한에도 여러 번 다녀온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통한다. 그러나 이번에 6자회담 특사를 겸임하게 된 램버트 한국과장은 국무부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자회담에 적극성을 띠지 않는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역할론’만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지난달 31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드러났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윤 장관은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를 막기 위해 한·미·중 차원의 협의를 강화해나가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케리 장관은 특별한 반응 없이 경청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갈등은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에서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가 지난 6년 반 동안 지속했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계속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행동에 먼저 나설 경우에 미국이 호응하겠다는 것이어서 정책이라기보다는 방관자적 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수석대표인 성 김 특별대표와 만날 예정이지만, 미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북한은 2012년 ‘북한이 미사일과 우라늄농축 핵활동을 동결하면 미국이 식량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2·29 합의를 도출했다. 오바마 정부 들어 처음 있었던 북한과의 핵합의였다. 그러나 북한이 그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합의가 깨졌고, 이후 미국에서는 누구도 북한과의 협상을 주장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단 한번의 ‘부실한 합의’가 물거품 됐다고 해서 북핵 문제와 6자회담을 방치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 회담을 끝으로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미 국무부의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가 1년 가량의 업무를 마치고 최근 물러났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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