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남북 합의, 악재 이어지며 ‘흔들’
국방부발 ‘자극 발언’ 줄줄이…대북 전단 문제 겹치면 ‘위기’
2015-09-06 11:36:52 2015-09-06 11:36:52
8·25합의를 통해 군사충돌 직전의 위기에서 벗어난 남·북이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합의 문구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에 이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 ‘참수’를 시사하는 남측의 군사작전이 언급되며 갈등을 빚은 남과 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발언을 두고 본격 설전을 벌였다. 양측 최고지도자들의 ‘합의 이행’ 다짐이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이같은 언쟁이 쌓이고 증폭될 경우 8·25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박 대통령 방중 발언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남한 정부 입장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3일 “해외 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가 우리를 심히 모욕하는 극히 무엄하고 초보적인 정치적 지각도 없는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의 비무장지대 도발 사태'니 '언제라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느니 하면서 최근 조성된 사태의 진상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4일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우리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말씀한 내용을 비방하고, 이번 남·북 합의의 이행 여부까지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이런 행태를 중지하고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 남북관계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협력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앞서서는 8·25합의와 관련된 신경전이 이어져 왔다. 지난 2일 북한은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의 개선 분위기에 저촉되는 언행을 삼가하여야 한다”면서, 북한이 지뢰 사건에 '유감'을 표시한 것을 남측이 ‘사과’로 해석하는 데 대해 “유감이란 '그렇게 당해서 안됐습니다'하는 식의 표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같은 날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8·25) 공동보도문에 지뢰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과 관련된 문항이 들어갔다는 것이 정답”이라고 반박했다.
 
남·북의 이같은 말싸움은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8·25합의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합의 후 남측에서 줄줄이 나온 북한 자극 발언이 불을 지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참수작전이다. 이는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이 지난달 27일 학술회의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를 보일 경우 핵사용 승인권자(김정은 제1위원장)를 제거하는 작전이다. 이에 대해 고위급접촉에 참가한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는 최근 방북한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에게 “어떻게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남측) 군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의 지난달 31일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도 8·25합의로 마련된 분위기와 맞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백 차관은 “10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의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합의 후에 오히려 커진 측면이 있다”며 “북한은 이번 합의로 체면이 손상됐다는 견해가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이 각각 공개석상에서 8·25합의를 평가하고 이행을 강조했기 때문에 당국자 수준의 설전이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북한이 박 대통령을 비난하면서도 “남조선 집권자”라는 완화된 표현을 쓴 점이나 이산가족 행사 협의가 원활이 진행되는 점 등이 그같은 평가의 근거다. 하지만 갈등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탈북자단체가 예고한 대로 9일 북한의 공화국 창건일을 계기로 대북 전단을 날리는 등 악재가 겹칠 경우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질 수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8·25합의 타결 직후 기념사진을 찍는 남·북의 고위 당국자들. 왼쪽부터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 비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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