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체, 악성채무’ 훌훌 털고 새 희망 갖고 달려요
사람 살리는 착한 은행 ‘주빌리 은행’ 출범
부실채무 매입해 채무탕감…’채무자 중심 정책’ 계기 기대
입력 : 2015-08-27 18:01:37 수정 : 2015-08-27 18:01:37
#송모씨(44·여)는 2011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남편 간호와 생활비는 물론, 남편이 장사를 하려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채무까지 떠안게 됐다. 그는 보험회사에 취직해 살길을 찾으려 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제대로 출근조차 못하는 날이 많았고, 카드 돌려막기로 버티면서 빚은 한없이 불어만 갔다.
 
#노숙자 김모씨(56)는 2000년 사업 실패 이후 노숙생활을 하면서 단 돈 몇 푼이 필요해 자신의 명의와 개인정보를 팔았다. 15년이 지나 다시 일어서기 위해 서울의 한 자활센터를 찾아 적응 프로그램을 밟던 김씨는 그러나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자신 앞으로 각종 카드사와 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가 최근까지도 계속됐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런 사회활동조차 할 수 없게된 것이다. 김씨는 또 다시 좌절해야만 했다.
 
송씨와 김씨처럼 감당 못할 채무로 삶의 희망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착한 은행'이 출범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27일 서울시 시민청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 은행’을 구호로 ‘주빌리은행’ 출범식을 가졌다.
 
주빌리은행은 은행법에 근거해 설립된 은행이 아니라 장기 연체와 악성 채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운동이다. 지난 2012년 미국의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가 시작한 빚 탕감운동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130조원을 넘어섰다. 주빌리 은행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명, 장기연체자는 114만명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들은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은행들이 기다려줄리는 만무하다. 업계 등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손실 처리해 대부업체에 원금의 5% 안팎의 헐값에 팔아넘기고 있다. 부실채권을 사들인 대부업체는 채무자에게 원금뿐만 아니라 연체이자까지 독촉하는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추심 압박을 가하면서 2차 피해를 주고 있다. 결국 이를 못 견딘 채무자들은 사채 등을 이용하다 더 빚더미에 오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주빌리은행은 이런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자의 빚을 탕감하거나 최대 7%만 갚도록 해 채무자를 구제해 다시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들이 갚은 비용은 다시 다른 부실채권을 구제하는데 사용해 적극적으로 채무자를 구제하는 선순환구조를 띄고 있다.
 
주빌리은행의 모체가 된 희망살림은 지난해 4월부터 모두 7차례에 걸쳐 생계형 채무자 792명의 채권 51억원어치를 매입해 탕감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주빌리은행의 공동 은행장을 맡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홍종학 의원, 정의당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출범식에 참석했으며, 휴가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영상으로 주빌리은행의 출범을 축하했다.
 
주빌리은행은 후원자를 모집해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한편,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 중심의 금융정책이 수립되도록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유종일 공동은행장은 “장기연체자들을 괴롭히는 채권을 소각하듯 채무자 중심의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불을 지필 것”이라며 “장기연체에 대한 탕감은 도덕적 해이가 아닌 사회활동을 건전하게 할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유종일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가운데)과 이재명 공동은행장(오른쪽에서 네번째) 등 주빌리은행 관계자들이 27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부실채권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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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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