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사그라든 롯데 불매운동이 주는 교훈
2015-08-26 13:58:17 2015-08-26 19:14:20
 
북한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와 남북협상 타결은 국내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재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롯데그룹의 '형제의 난'도 그 중 하나다. 한반도 위기 이전에 우리 국민들은 재계 순위 5위 그룹의 부도덕한 모습과 일본기업에 대한 반감 등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이슈들이 사그라들었다.
 
롯데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도 있겠다. 일부에서는 한반도 위기가 롯데를 살렸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럴까. 단정적으로 말해 그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롯데의 불매운동은 과거에도 크고 작은 이유로 수차례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한창 롯데 불매운동이 펼쳐졌던 이달 초·중순, 롯데마트의 매출은 오히려 전주 대비 약 4%, 2주전과 비교하면 15% 가량 증가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휴가철과 맞물려 벌어진 불매운동은 여론만 확산됐을 뿐 실천으로 이어지진 않았던 것이다. '실천하지 못한' 국민들을 냄비근성 운운하며 탓 할 문제는 전혀 아니다.
 
곰곰히 떠올려보자. 껌으로 대표되는 롯데가 파는 물건이 단지 과자나 아이스크림 뿐일까. 사실 롯데 관련 제품은 우리 생활 곳곳에 밀착돼 있다. 식사 대용으로 가볍게 즐기는 햄버거와 커피, 도넛부터 스테이크까지 외식업계 곳곳에 롯데의 손길이 뻗쳐있다. 저녁 술자리에서 습관적으로 주문하던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도 롯데가 만든다. 코카콜라 만큼이나 충성고객 층이 두터운 칠성사이다는 또 누가 만드는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누가 운영하는가. 모두 롯데다.
 
백화점과 마트 역시 전국 방방곳곳에 퍼져있다. 롯데마트 가까운 곳에 이마트나 홈플러스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저녁 반찬거리 장보러 가는데 가까운 마트 대신 멀리까지 돌아갈만큼 불편함을 감수할만한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를 탓할 수는 없다.
 
다시말해 롯데 불매운동은 북한의 안보위협 이슈가 아니어도 애초에 성공할 수 없었던 움직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감정만 앞세운 무의미한 불매운동보다는 정치 사회 제도적으로 롯데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롯데는 벌써 과거로 돌아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들어 4차례나 요청한 해외 계열사 지분구조 관련 자료를 단 한번도 제공하지 않았다. 일본 기업 논란이 확산되자 신동빈 회장은 허리 숙여 사과했던 모습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더 나아가 최근 롯데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향후 다른 기업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천할 수 없는 보여주기식 불매운동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들의 꾸준하고 공정한 감시가 필요하다. 정부도 나서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쉽게 잊혀지지 않도록,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생활부장 정헌철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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