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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창조경제혁신센터, 풀어야 할 과제는
2015-08-26 11:00:00 2015-08-26 11:00:0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걸음마 단계의 창업 지원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제 시제품을 만들거나 상용화를 위한 제작 지원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KT창조경제추진단은 '메이커 트렌드와 창조경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메이커 운동이 창조경제를 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혁신적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메이커(Maker)는 사전적 의미로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상품 제조사의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창의적 창작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커 문화 확산을 목표로 하는 '메이커 운동'이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메이커 운동은 지난 2005년 미국 IT출판사 '오라일리' 창업자 데일 도허티가 처음으로 언급하고 'MAKE'라는 잡지를 발간하면서 시작됐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2006년부터 이 잡지가 주최한 메이커 페어 행사가 메이커 문화 확산의 중요한 채널이 됐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영국, 스페인, 독일,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대규모 메이커 페어가 열리기도 했다.
 
메이커 운동은 DIY(Do-It-Yourself) 문화의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DIY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또는 취미로 창작을 하는 것을 뜻한다. DIY가 개인의 취미에 국한됐다면 메이커 운동은 산업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실제 메이커 운동 초기에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상품의 개선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발명품 중심의 제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보급형 3D 프린터의 등장과 스마트폰 보급확산이 메이커 운동의 흐름이 바뀌었다.
 
특히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이라 불리는 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 갈릴레오 같은 임베디드 키트와 프로그래밍 교육열풍이 메이커 문화를 ICT 분야로 확대하는 역할을 하며 사물인터넷(IoT)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ICT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며 "기존 제조산업의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영리목적의 전문가 메이커들이 초기 기업인 스타트업의 형태로 출현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메이커 운동은 추구하는 관점에 따라 3개의 계층으로 나뉜다. 호기심과 취미영역의 활동계층의 초보자와 기술적인 이해도가 높고 실제 개발에 이를 수 있는 (준)전문가 계층의 숙련자가 있다. 아울러 단순히 숙련된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용 제품으로 비즈니스적인 접근을 하는 계층을 사업가라 부른다.
 
보고서는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으로 불리기도 하는 메이커 운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융합을 통해 누구나 상상의 제품을 실제로 만들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메이커 운동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확산과 맥락이 통한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전국 17개 지역에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매칭을 통해 아이디어 기반의 신산업 창출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국형 메이커 운동의 중요한 커뮤니티이자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국가적 특성상 ICT 기반의 메이커 육성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판단이다.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망을 갖추고 있고 IT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은 데다 글로벌 가전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있기 때문. 이들 대기업 협력업체 생태계까지 포함하면 업계 인력과 기술은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메이커들에게 필요한 기초 장비와 시설을 가지고 있다. 3D 프린터와 협업 공간이 대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고 있는 K-ICT디바이스랩(구 창의디바이스랩), 무한상상실과 문화관광체육부의 콘텐츠코리아랩,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시제품 제작터 등도 메이커 운동의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처럼 국내에 메이커들을 위한 인프라가 늘고 있지만 설립 및 운영 취지와 달리 초보자나 숙련가 지원에만 초점을 추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K-ICT디바이스랩(구 창의디바이스랩) 내부 모습. 사진/ KT
 
상용제품을 만들기 전의 테스트 파일럿 제품으로서 목업(Mock-up) 제품과 시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3D프린터 활용은 경제적이고 효율적이지만, 그 다음 단계의 상용화를 위한 제작 지원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3D 프린터로 창작물을 만들면 소량 생산이 중심이 되고, 재료와 기기의 성능에 따라 결과물의 질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업용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또 IoT 제품 개발의 가장 기본적인 개발 장비라 할 수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라즈베리 파이나 아두이노 보드는 원래 학교 교육용 목적으로 제작된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용 개발킷이다. 상용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동작, 메커니즘을 구현해 보는 단계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상용화 제품의 동작용 보드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처럼 초보자와 숙련자를 위한 위한 시설 인프라와 프로그램은 넘쳐나지만, 사업가를 위한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지원 인프라와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예비 창업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품 출시를 앞둔 기업이나 매출 성장을 기대하는 기업에게도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용화 제품을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공급 및 관리할 수 있는 유통채널과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외형 디자인과 내부 회로 보드 제작, 부품수급, 전자실장, 각종 인증, 연동 시험 등의 실질적인 상용제품 제작 지원이 사업가들에게 필요한 부분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이들 대부분의 과정은 개인과 초기 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부담스러운 투자"라며 "자본이 마련되더라도 맞춤형이라는 특징에 따라 가격 협상력이 많이 떨어지는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대량 생산을 위한 상용화 제품의 디자인, 금형, 사출과 인쇄를 비롯해 전자제품의 경우 부품수급과 회로디자인, 전자실장, 전자파 검증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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