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오픈프라이머리 정당약화론은 오해다
2015-08-23 13:17:18 2015-08-23 13:17:18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 법제화가 순탄치 않다. 여당 내부에서 비박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지난 21일 열린 ‘심사소위원회’는 “정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들이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면 정당정치가 약화될 수 있고,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참여로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군소 정당은 경선을 실시하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오픈 프라이머리 찬성론자들은 보스와 계파에 의해 지구당 위원장, 대의원, 중앙위원, 선거인단이 포획되어 의원과 당원의 자율성이 작동하지 않는 계파정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당의 시민적 기반을 넓힐 수 있는 대안이라고 본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심사소위원회의 주요 의견처럼, ‘오픈 프라이머리 정당약화론’을 들어 반대한다. 정당약화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이다.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한 만큼, 한국정당의 바람직한 정당모델과 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속에서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정말 정당정치가 약화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런 정당약화론은 오해에 불과하다. 정당약화론의 내용에는 항상 ‘당원의 역할축소’, ‘정당 정체성의 약화’, ‘책임정치’ 등과 같이 대중정당모델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나오는 핵심어구들이 나온다. 이런 것을 볼 때, 반대론자들은 암묵적으로 정당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표준모델로 19세기 산업화시대에 서구민주주의 국가가 정당발전의 ‘하나의 단계’로 경험했던 ‘대중정당모델’을 절대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대중정당모델은 한마디로, 19세기 산업화 시대 유럽에서 등장한 노동당, 사회당과 같이 특정한 계급과 계층에 기반한 계급정당, 이념정당, 정파연합정당을 말한다.
 
만일 한국 정당이 유럽처럼, 정당과 일체감을 갖고 있는 수십만의 진성당원들에 기초하고 있다면 ‘오픈프라이머리 정당약화론’은 정말 옳은 주장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정당의 현실은 유럽 정당과 달리 초라하다는 것을 볼 때, 그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책임당원·권리당원’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당원을 조직하고 있지만 실제는 당과 일체성이 없는 서류상 등록만 해놓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선거동원용 ‘종이 당원’이 대부분이고, 진성당원들이 공급되지 않는 조건속에서 보스와 계파에 의해 거꾸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조건을 바꾸지 않는 한 당내경선을 하든, 전략공천을 하든 계파지배를 정당화하고 합법화할 뿐이다.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냉전시대에는 진성당원의 약화와 공급부족 등으로 적실성이 떨어진 대중정당모델을 대신해서 의원과 정당 밖 시민과 유권자들이 다양한 정책플랫폼을 통해 만나고 소통하는 ‘네트워크 정당모델’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정당’모델을 21세기 대안정당모델로 제시한다면, 정당의 약화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스와 계파수장이 전횡해왔던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개방하여 후보들과 유권자들을 연계시켜 더 많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게 되면, 정당의 시민적 토대와 민생정체성은 더욱 강화된다. 의원들은 계파보스보다 자신을 공천하고 당선시켜준 유권자들을 의식하여 헌법상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의원자율성과 민생 책임성을 강화하게 된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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