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 /사진=김상우기자
지난주 중국이 3일 연속 위안화 가치를 내리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은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인 1.86% 낮춘 것도 모자라, 다음날인 12일 다시 1.62%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졌다.
사흘간 무려 5% 가까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올 하반기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위안화 가치를 추가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더해지며 '9월 위기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까지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외무역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특히 위험에 빠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미·중 편중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위험도가 더 크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하승주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을 만나 이번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가 갖는 의미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위안화가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4.66%의 평가절하 폭을 기록했다.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가 갖는 의미를 짚어본다면.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인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 정부가 엄청난 정치적 결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일 만에 5% 가까운 환율이 평가 절하됐다. 전세계 무역수지 흑자국이자 경상수지 최대 흑자국, 외환보유액 역시 4조달러가 넘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이 아닌 '절하'를 한 것은 그간의 경제학적 규칙들을 무시해 버린 조치다.
중국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의 내수 중심 경제정책을 며칠 사이 수출 중심 경제정책으로 180도 전환했다. 당연히 중국이 내수 중심 경제를 추진하는 줄 알고 있던 전 세계는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 3일 연속 환율을 건드린 것은 중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수출 중심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대내 외에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인위적 환율정책을 하다보면 다른 나라로부터 무역 보복에 시달릴 수 있다. 중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무역 적자가 높아지기 때문에 극한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 환율 카드를 빼들었기에 더 어이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중국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언론들은 중국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현재 10%의 고성장이 7%대로 줄어들어든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경제의 근본 모순으로 꼽혔던 과잉투자 문제가 폭발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이어지고 있다.
- 무리수를 둬가며까지 환율정책을 꺼내든 원인은 무엇으로 봐야 하나.
중국 증시 폭락이 위안화 평가절하의 한 원인일 수 있다. 중국 증시는 개인 비중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투자를 하고 있다. 변동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오를 때 화끈하게 오르고 내릴 때는 더 크게 내린다.
신용투자의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증시가 폭락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중국 정부는 거래정지, 유상증자 신규 금지 등 증시 대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들을 다 내놨지만 결국 폭락을 막지 못했다.
이렇게 증시가 폭락하게 되면 주식에 돈을 넣었던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이 줄어들고 이는 결국 내수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13억 중국 인민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것이 무서운 점이다.
막힌 내수를 풀기 위해서는 부의 효과를 일으켜야 하는데, 중국 증시 폭락에 대한 중국 정부 지도 수단이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이어진 듯하다. 하지만 정말로 증시 대책의 하나로 이를 생각했다면 중국 경제 엘리트들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불경기를 타파하는 방법으로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한다. 정부 재정을 적자 재정으로 펼쳐, 세금을 더 쓰거나 금리를 낮추는 통화정책도 한 방법이다. 여기에 효과는 느리지만 여러 산업들에게 보조금이나 정책적 배려를 하는 산업 위주의 정책도 있다.
문제는 많은 국가들이 알고는 있지만 정작 쓰지 않는 방법을 중국이 건드렸다는 것이다. 환율정책이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같이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불황이라는 것은 상품이 너무 많이 생산되면서 발생한다. 중국은 이를 팔기 위해 환율을 떨어뜨린 셈이다. 환율을 절하시켜서 가격을 강제로 낮춘 것이다. 이로 인해 자국 공장은 돌아가고 외국 공장은 멈출 수밖에 없다. 불황을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중국뿐만 아닌 여러 국가들에서 자국 통화 절하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 불황을 연쇄적으로 수출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무역 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자칫 멀게는 지난 1929년 대공황, 가깝게는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같은 최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정도로 심각하게 봐야 하나.
이명박 정부 당시 G20 회담에서 환율 전쟁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 이를 중국이 무너뜨린 셈이다. 경제 사정이 안 좋은 국가들이나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의 목적은 수출 증대인데, 외국에서 싼 물건을 받아줘야 수출증대 정책도 효과가 있다. 이마저도 효과가 없다면 중국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당장 중국이 가진 달러 부채가 거의 없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중국의 성장율이 하락한다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성장율이 지체되면 중국의 내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 당장 우리나라처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덩달아 성장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중장기적 영향은.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원화 역시 평가절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확실하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의 수출이 늘게 되면 우리나라 역시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때문에 지금 당장은 나쁜 게 없어 보일 수 있다.
산업별 등락은 엇갈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 산업별 중국에 부품이나 소재로 들어가는, 석유화학 같은 업종은 호황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 상품들과 직접 경쟁하는 산업들의 경우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불리할 수 있다.
또 금융적 측면에서 보자면 원화가 점차 약세가 돼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외화자금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이탈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의해 수출 주도 경제체제가 강화될 것이다. 우리 의사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 초기처럼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어졌다. 한국사회의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 자영업자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소기업계에 악재라는 평가가 있다.
당연히 악재다. 중국산 상품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다 보니 이들 상품과 직접적 경쟁에 놓인 중소기업들은 큰 고비가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제품들이 3일 만에 5% 할인효과까지 등에 업은 셈이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우리나라 역시 원화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를 하거나 추가 금리인하 등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중국과의 무역 장벽을 통해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조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위안화 절하가 우리 민생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지금 당장 어떻게 될 거라는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중국산 제품이 밀려 들어올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불황을 수출했다는 데 있다. 중국산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면서, 역으로 이를 생산할 우리나라 일자리는 줄어들게 됐다.
이렇다 보니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고, 실업률도 높아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인건비 등 원가 절감이다. 직원들이 불안정한 처지에 놓이게 되고, 납품단가를 맞춰야 하는 중소기업의 고충도 커지게 된다. 중국발 위안화 평가절하가 우리나라의 세대갈등을 더욱 짙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크다.
김상우 기자 theexo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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