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의 라이벌 관계로부터 비롯된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경쟁관계는 지난 2012년 이른바 '숫자카드 표절논란'으로 대표된다. 당시 카드업계에서는 표절 유무를 떠나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의 마지막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는 해석도 파다했다.
◇삼성의 모방? 현대의 노림수?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현대카드가 2011년 전월 사용실적, 할인한도, 가맹점 등에 제한 없이 0.7%를 할인해주는 ‘제로카드’를 출시해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다.
기존 신용카드의 혜택은 전월 카드 이용실적이 일정한 금액 이상이거나 일부 가맹점에서만 제공되는 등 제약 조건이 많았던 점에 비쳐보면 제로카드는 당시 '센세이션'에 가까운 상품이었다.
이듬해 삼성카드가 ‘어디서나 무조건 알아서 0.7% 할인된다’는 ‘삼성카드4’를 내놨다. 삼성카드 4 역시 전월 실적 등에 상관없이 할인(0.7%) 혜택과 2~3개월 무이자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로 이점이 문제였다. 이에대해 삼성카드는 "모든 신용카드 상품은 포인트와 할인(할부) 기본으로 상품 설계가 되기 때문에 특정 상품을 놓고 표절, 따라하기 등을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얼마 후 현대카드가 내용증명 문서를 삼성카드에 보내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내용증명은 주고받은 당사자 간 증거로 활용되기 때문에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이 문서에서 현대카드는 “삼성카드가 현대카드의 상품, 마케팅, 조직 등을 베꼈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다행이 금융감독원의 중재로 소송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공들여 세운 전략을 경쟁사가 한 순간에 베껴 갈 때 직원들이 느끼는 허무함을 달래기 위한 정태영 부회장의 사기 진작 방법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해묵은 갈등’…차 복합할부 존치두고 재격돌
현대카드가 지난 2004년 삼성카드와 비교 광고를 내놓았을 때엔 삼성카드가 발끈한 사례도 있다.
당시 삼성카드는 "이제 갓 출범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이 미미한데 우리(삼성카드)와 비교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 자제를 요구하는 공문을 현대카드 측에 전달했다.
최근엔 현대카드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카드가 자동차 복합할부 수수료율 인하 문제를 두고 협상테이블에서 마주했다. 물론 직접적인 양자의 대결은 아니었지만 지난해부터 자동차·카드업계 간 대결 양상으로 번져온 복합할부 논쟁의 ‘빅딜’로 꼽혔다.
더욱이 삼성카드는 연간 1조원이 넘는 복합할부 상품을 취급해 현대카드를 제외하면 업계에서 취급고가 가장 많았다. 때문에 타 카드사와 달리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현대차그룹의 승리로 돌아갔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다른 업계처럼 상품만으로 대결을 펼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경쟁이다”면서 “여론전을 통해 문제를 삼으며 상대방을 흠집내는 행위는 카드업계 전반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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